문화재청이 기존의 문화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근현대 유산과 자연 유산 등의 관리를 제도화하는 '문화재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지난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한 지 60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엊그제 새해 업무보고에서 지난 60년간의 주요 성과와 변화 추이 분석 등을 통해 기존 문화재 범위에서 근현대유산·자연유산·수중문화재 등 새롭게 생긴 문화재 수요를 반영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포괄적 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시민에게 일부 개방된 인천 부평구의 주한미군 기지 '캠프 마켓'을 비지정 문화재의 사례로 들었다.

'캠프 마켓'은 일제강점기 군수보급창으로 시작해 한국전쟁을 거쳐 휴전 이후 1970년대까지 주한미군 주둔기지로 기능해왔다. 캠프는 100동이 넘는 건축물을 안고 있는데 저마다의 문화재적 가치보다는 전체적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투시했을 때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다. 하지만 현행 법규로는 지정 문화재보다 낮은 단계인 등록 문화재라 하더라도 건립한지 최소 50년 이상이어야 법적 보호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문화재청과 인천시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이 근현대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조사하고 있으나 제도적 보호 체계 속으로 들어오는 길이 불투명했던 이유다.

문화재청의 새로운 '포괄적 보호 체계' 구축, 즉 문화재기본법 제정 계획은 부평미군기지처럼 지금으로선 제도권 밖에 있는 문화유산자원으로까지 정부의 보호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구와 동구 등 인천 구도심에 즐비한 근현대 건축물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천시가 지난해 5월 목록화한 50년 이상 된 근현대 건축물은 모두 300건이다. 이 가운데 7건이 인천시 지정 문화재, 6건이 등록 문화재로 각각 등재됐을 뿐 나머지는 제도권 밖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지방자치단체로선 이들 근현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보호의 명확한 법적 토대를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가 깊다.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문화재 행정을 탈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철거 때마다 발생했던 심각한 사회적 논란도 일정 부분 잠재울 수 있는 해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의 보장과 회복 불가능한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논리의 첨예한 대치에 접점은 없었다. 위기에 놓인 인천의 근현대 문화유산에겐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