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특권 철폐와 재벌구조 개혁
집단이익에 매몰된 기득권 청산…
일부교회 반공동체적 신앙 폐기 등
사회 문제·모순점 수정 할 기회 줘

위기의 순간은 가려진 비밀의 장막을 걷으면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위기가 기회인 까닭은 이 불편한 순간이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신의 실존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 담론의 관점에서 이 사태를 통해 사회와 생태계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현실과 그로 인한 문명의 전환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거나 가족이 무엇인지, 일상의 삶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기도 하기에 위기는 위험을 넘어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문제와 모순을 수정할 중요한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중이 높은 자영업을 돌아보면서, 그들에 대한 단기적인 지원과 함께 장기적으로 편중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기회가 온 것이다. 지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를 수정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특권을 철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이 아니라 재벌 구조를 개혁하고, 편협한 집단 이익에 매몰된 기득권을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반공동체적인 행태를 보이는 종교를 돌아보면 그들이 빠져있는 근본주의적이며 맹목적 신앙을 폐기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방역활동이 거의 성공에 이를 때면 어김없이 터지는 교회발 감염 확산 현상은 이들의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큰 폐해를 초래하는지 너무도 잘 보여준다. 이 위기는 자신의 신앙이 너무도 편협하다는 사실을 돌아보고 이를 고쳐갈 기회가 된다. 종교단체에 대한 특혜는 우리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이지 종교 단체가 사회적으로 저지르는 방종과 특권을 허용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특권적 지원을 이 기회에 명백히 철폐해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우리에게 절대적인 경제이념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는 과잉으로 치달아 생태계는 물론, 우리 삶과 공동체를 너무도 심하게 황폐화시키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경체체제의 문제를 넘어 우리 안에 내면화된 그 논리가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다. 의미와 행복을 지향해야 할 삶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자본을 벗어난 삶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그 논리가 얼마나 황폐한지 자각할때 이 위기는 우리 삶을 드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근대 이래 개인의 자유권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체제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임을 자각한다면 이제 서구적 자유주의를 수정하는, 그 이상의 공동체주의를 진지하게 돌아볼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와 사회는 우리의 공동체다. 공동체가 무너지면 개인의 삶이 지켜지지 않지만, 개인을 압살한 사회의 폐해 역시 얼마나 끔찍한지 우리만큼 많이 겪은 나라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 불평등 해소와 공공성 회복일 것이다.
서구 근대의 체제와 가치를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나름의 성취를 이룩했다. 이제는 그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체계와 철학을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삶의 양식과 체제를 만들고, 변혁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여기에 개인의 실존적 의미와 사회적 공공성을 성찰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성공적인 K-방역은 바이러스 극복을 넘어 사회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써 우리 삶과 존재를 전환하고 잊었던 가치와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