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서울·경기·환경부와 외로운 싸움중
첫 행보로 영흥도 찾아 주민들 목소리 청취
끝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길 함께 열어갈 것

2005년 10월 현대제철 최초의 인천과 포항을 아우르는 통합노조위원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현대제철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건 인간이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시작한 노동운동은 통합노조위원장이 되어 더 활발히 이루어졌고, 조합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결국 27년 노동자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삶은 정치였다.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그 순간부터, 나 조택상이라는 사람의 삶은 갈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삶이 갈등이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고, 정치인의 삶을 살게 했으니 말이다.
정치인으로 삶을 살게 해준 20년 전 현대제철의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당시 1사 2노조 체제인 현대제철은 사측이 아닌, 노동자끼리 싸워야 하는 아픔까지 겪어야만 했다. 합병 3년 차에 포항공장의 임금 및 인사제도에 대한 사측의 약속이 흐지부지되며 포항공장 노조원들과 인천공장 노조원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게 되었고 그때 나는 결심했다. 통합을 위해 남은 임기를 포기하고 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그때 내 의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조합원들의 신임을 얻겠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설사 내가 신임받지 못해도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겠나'하는 것이었다. 결국 통합은 명분을 넘어 실현이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는 구성원들의 '신뢰'라는 것을.
본래 '갈등'이라는 단어는 칡나무와 등나무가 얽히고설킨 형상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 칡나무는 왼쪽으로 돌며 오르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돌며 오르는 성질 때문에 얽히고설킬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갈등도 마찬가지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갈등을 불편해하고, 그것이 마치 나쁜 것인 듯 마주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갈등이 존재할수록 그것을 직시하고 마주해야만 한다. 갈등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조차 없다. 험난한 내 인생의 역경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던 것처럼 갈등 또한 마주해야만 풀어나갈 수 있다.
인천은 지난 30년간 쓰레기 매립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 자원순환 선도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고자 한다. 그 첫걸음으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를 선언한 바 있고, 후속대책으로 각계각층의 전문가 숙의 과정과 연구용역결과에 따라 대체매립지 후보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가 바로 갈등의 시초가 되었다.
대체매립지로 영흥도가 적합하다는 연구용역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옹진군수는 식음을 전폐했고, 주민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옹진군수의 단식과 주민들로서는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 그간 쓰레기매립지가 운영되던 곳의 환경피해가 지속적으로 회자되었을 것이다. 연구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인천시의 고민 또한 이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만약 쓰레기 매립지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당장 정치적 이해관계를 생각하여 다음으로 결정을 미뤘다면 과연 다음 세대에 떳떳할 수 있으며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가피성이 있다. 인천이 쓰레기매립지 종료와 발생지처리원칙을 주장하는 데에는 그만큼 절박함이 있다. 정치인은 현재를 바라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고 그것을 행동해야 한다는 게 내 정치 소신이다. 그러나 그것에도 전제조건이 있다. 선하고 바르게 행동하되 그것으로 인한 갈등과 아픔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마주해서 서로의 '신뢰'를 반드시 얻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통합노조위원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구성원들과 함께 마주앉아 결국에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었던 것처럼 갈등은 그렇게 서로가 마주해야만 한다.
인천은 지금 서울과 경기, 환경부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것에 내부와의 갈등까지 더해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자 합의의 주체와 대체매립지 연구결과로 발표된 영흥도 주민들과의 갈등은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물러설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것을 마주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인천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자 내 정치인생에서 반드시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이다.
정무부시장이 되어 첫 행보로 영흥도 현장을 방문하였다. 그것이 시작이다. 영흥도 주민들의 목소리를 결코 피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마주할 것이다.
통합노조위원장이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운동은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여는 것입니다." 내겐 2021년 2월4일부터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다. 직은 가슴에만 품고, 두 다리는 더 바쁘게 끊임없이 소통하고 끊임없이 두드릴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길을 함께 열어나갈 것이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소임이자 운명이다.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