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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묵 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 /인천 콘서트 챔버 제공

'경인철도가' 등 1882~1941년 15곡 수록
가사만 있는 노래 새롭게 곡 붙이기도
이승묵 대표 5년간 작업… 시대상 담아


격변의 시기인 근대 개항기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서양 음악을 수록한 음반이 나왔다. 음반 이름은 '인천근대양악열전(仁川近代洋樂列傳)'.

인천의 근대 서양 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공연예술 전문단체인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가 5년 동안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공부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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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에는 모두 15곡이 수록됐다. 시간순으로 따지면 1882년부터 1941년까지의 음악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국제 관례상 미군 군악대가 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키 두들'과 개신교·천주교·성공회의 종교음악, 독립신문에 언급된 '제물포 애국가', 한국에 묻힌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가 작곡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 등이 앨범에 담겼다.

또 경인철도 개통을 기념한 '경인철도가'와 프란츠 에케르트의 제자이면서 송도고등보통학교(현 송도고 전신) 음악교사인 정사인의 가곡 '내 고향을 이별하고', 농아연주단을 이끈 인천 출신 음악가 김흥산의 '무심', 월북한 인천 출신 극작가인 이서향의 습작 시에 이흥렬의 곡을 붙인 '바우고개', 인천 용동 권번 출신 예인 이화자의 자서곡(自敍曲)인 '어머님 전상백' 등도 수록됐다.

여러 기록과 문헌에서 직접 찾아낸 곡도 있고, 가사만 전해 오는 것에 새로 곡을 붙인 것도 있다. 이 때문에 연주도 쉽지 않았다. 풍금, 아코디언, 만돌린, 각종 현악기 등을 사용하며 최대한 고증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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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묵 인천 콘서트 챔버 대표는 "우리나라 다른 어느 지역보다 외세의 영향을 크게 받은 도시 인천은 낯선 음악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다"면서 "근대 음악은 단순한 옛날 음악이 아니라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초상"이라고 말했다.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는 "인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 음악이 울려 퍼졌고, 근대 음악 교과서 역할을 한 찬송가도 처음 연주됐고, 지방에서 처음으로 음악 교육을 시행한 곳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음반은 인천이 우리나라 근대 음악의 발원지라는 역사적 사실을 증명해주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