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꽃이 있다. 감촉과 색깔 그리고 향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꽃. 자신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이 꽃은 가슴과 가슴에서 피어난다. 가령 비밀스러운 가슴에서 서로의 잎사귀를 키우고 꽃대를 세우며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자라는 이 꽃의 정체가 아무에게도 밝혀지지 않기 때문에 꽃이 될 수 있는 법. 당신이 남몰래 그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온 날' 발길을 돌리기 힘들어서 발목이 시린 것도, 붉어가는 노을처럼 눈물이 맺히는 것도 꽃대를 울리고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 그것은 당신과 사막을 건너온 사람과 '사각거리는 모래 냄새'를 기억하기 때문. "저기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고 있는" 당신만이 알고 있는 한 송이 꽃을 보라. '산그늘의 얼굴'을 하고 쓸쓸함이 묻어 있지 않던가. 모두가 사는 것이 '다 무슨 비밀 하나쯤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서 '비밀의 정원'에 둘러싸인 세상은 본다. '너와 나, 서로 차마 말 못할' 꽃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