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신동엽이 따귀를 맞는다. 뭔 수작을 했는지 모르나 화가 잔뜩 난 여성의 강스매싱이 사정없이 강타한다. 입속 분비물이 튈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서도 신동엽은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오히려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더 때려달라고 뺨을 내민다. 영상에는 '싸다구'란 자막이 반복 노출된다. 수년 전,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기업 쿠팡은 신동엽이 신이 난 표정으로 처맞는 파격 광고를 선보였다.
업계는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비관했다. 싸다는 것만으로 통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천문학적 자본이 투입되는 유통망 확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등 비즈니스 전략에 경쟁력이 없다고 봤다. 예상대로 악전고투하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두 차례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됐고, 국내 1위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설 연휴에 쿠팡이 한국 기업 최초로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절차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기업 가치가 55조원으로 평가됐다. 사업 무대는 한국이지만 미국 법인 쿠팡INC가 한국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쿠팡이 미국 기업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한국 대신 미 증시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
관련 업계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이 서울을 패싱하고 뉴욕을 택한 속사정은 다르다고 본다. 우선 국내 증시의 까다로운 상장 조건이다. 쿠팡 같은 만년 적자기업은 상장이 사실상 막혀있다. 누적 적자 4조원을 넘는다. 미국 증시는 적자 기업이라도 발전 가능성을 본다.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에는 '차등의결권'이 없다.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위해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의장의 보유 주식에 보통주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지분 2%로 56%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 라인은 2016년 국내가 아닌 일본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사업 영역은 일본과 동남아였다. 게임회사 넥슨은 2011년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본사는 일본이지만 매출은 한국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측은 '더 많은 기회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쿠팡도 '아메리칸 드림'을 택했다. 유망 기업이 외면하는 국내 증시는 활력을 잃는다. 손흥민 같은 스타 선수들이 해외 무대로 대거 빠져나간 K리그는 관중석이 썰렁하다. 증시도 다를 게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