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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22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들이 '공공주택지구 지정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서현동 110번지 대책위 제공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들이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취소해 달라며 국토교통부장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이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는 '맹꽁이 서식지'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서현공공주택지구(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10 일원 24만7천631㎡) 지정 과정에서 맹꽁이(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서식 등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부실하게 실시했다는 것이다.(2021년 2월 15일자 8면 보도='성남시 분당구 서현지구 지정 취소' 1심 판결 파장 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박형순)는 지난 10일 지역 주민 536명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공공주택지구' 지정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본안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 지정 효력을 정지한다는 재판부 결정도 나왔다.

경인일보가 입수·분석한 판결문에 따르면 앞서 원고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있고, 사업지구 밖에만 소수 개체의 맹꽁이가 서식하는 것처럼 부실한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등 생태등급 지역을 잘못 평가한 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서현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2017년 11월29일 정부의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의 일환이다. 당시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100만호(수도권 62만호)의 공공·공공지원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년 2월 서현동 일원에 총 수용인구 5천542명, 수용세대 2천252세대 규모의 공공주택지구 지정하는 안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이후 3차례 현지조사를 한 뒤 맹꽁이가 사업지구 안에 서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공공주택사업 입지가 타당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놨다.

이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2019년 4월 '맹꽁이 실태조사를 반영할 것'을 조건사항으로 붙여 사업지구에 대한 공공주택지구 지정안을 조건부 수용 의결했고, 같은해 5월 국토부는 이 사건 사업지구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원고들이 주도한 10차례의 현장조사 결과 사업지구 내 총 18개 지점에서 맹꽁이 총 402마리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환경부도 사업지구 내 맹꽁이 서식 가능성을 지적하며 정밀조사를 하라고 요청한 바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입지 타당성 검토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법상 요구되는 추가적인 조사 및 검토를 누락했다"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라는 공익을 대규모 주택공급이라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소평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최종 보고서는 충분한 근거 없이 섣불리 사업지구 내 맹꽁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맹꽁이 서식지를 전부 훼손하지 않고 생태공원화해 보전하면서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순기·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