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되자 야구팬인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1982년부터 인천 프로야구팀을 응원했던 팬이라면 벌써 6번째 구단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야구 커뮤니티에선 인천 SK 와이번스와 신생팀들을 묶어 이른바 '흥행참패동맹'으로 부르고 있지만, 인천지역 프로야구 열기가 애초에 다른 지역보다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천의 첫 프로야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는 하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천 야구팬들은 열정적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당시 야구장을 찾았던 '도원 전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하고 있다.
19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며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인천 야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북 군산을 연고로 하던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인계한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한순간에 응원팀을 잃어버린 인천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에 등을 돌렸다.
SK 와이번스는 국내 프로구단 중 최초로 응원 구호에 지역명을 넣는 등 인천 야구팬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천 야구팬의 새로운 자부심이 됐다.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면서 이러한 노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선수단이 그대로 인수됐지만, 야구팬의 충격은 상당하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원대한 마케팅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연고지 팀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겪게 된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