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동산 제3 파동' 꺼지지도 않았는데
文정부 임기말, 83만호 주택 공급 25번째 대책
3기 신도시 117만호 합치면 가히 물량폭탄
李지사 '기본주택' 해법에도 대폭락 재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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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2014년, 국내 부동산시장이 재폭발했다. 서울 강남에서 발화돼 강동·송파와 마포·용산·성동으로 번졌다. 달아오른 열풍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지나 대전·부산·대구를 휩쓸었다. 지방 광역시에 중소도시 아파트까지 몸값이 뛰었다. 지금껏 7년이 넘도록 꺼지지 않는 불길을 두고 198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이은 '부동산 제3 파동'이라 한다.

노태우 정부는 분당·평촌·일산 1기 신도시에 주택 200만호를 지었다. 주민들이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민란(民亂)을 겪었으나 입주 무렵 시장은 가라앉았다. 10여년 뒤 다시 강남이 들썩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과세로 '대못을 박겠다'고 했으나 불은 더 번졌다. 동탄·김포 등 2기 신도시 계획이 나오면서 시장이 잠잠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광풍의 위력을 가볍게 봤다. 투기를 잠재우고 가수요를 누르면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낙관했다. 1·2차 파동 때 공급을 확 늘려 시장을 안정시킨 것과 다른 방향이었다. 불안한 세입자에 '집 사지 않아도 된다'며 임대차 보호법을 강화했다. '집 사세요'가 '세 사세요'가 됐다. 수요 억제와 임대 장려는 불구덩이에 기름을 끼얹는 오판이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의 지방세를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 중과도 유예했다. 2017년 말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8년 이상 장기보유하는 경우 특별공제 70%를 적용했다.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하고 건강보험료까지 감면하는 종합선물세트가 더해졌다. 임대사업자는 150만을 넘어섰고, 갭(Gap) 투자가 성행했다.

다주택자의 조세 도피처가 됐고, 투기 수요를 부추겼다. 8년 이상 장기 보유 사업자가 늘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 집값이 치솟았다. 참여연대는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줬다며 정부 관련 부처를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집값 안정의 주역이라던 임대인들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정부가 이달 초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주택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규제 완화와 공공주도의 절차 간소화, 이익 공유제를 버무려 추진 동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3기 신도시 117만호를 합하면 200만호에 달하는 물량 폭탄이 쏟아지게 됐다.

정책이 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제될 게 있다. 당위성과 실행방안, 시의성이다. 2·4 대책은 신규 택지 후보지를 특정 짓지 못했다. 뭔가에 쫓기듯 서두른 느낌이다. 야권은 서울 시장 선거를 겨냥한 선심이라 비판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마당에 그 많은 물량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경기·인천 170만호는 숨이 막힌다. 과잉공급으로 대폭락을 부르는 재앙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출구 없는 전·월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양도세 한시 면제 등 매물 물꼬를 틀 유인책도 내놓지 않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4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 강조한다. 상반기 중 수도권에 20개 넘는 신규 택지를 확정하겠단다. 임기 말 정책을 다음 정부가 이어받은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다. '반값 아파트'라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과 박근혜 정부의 중장기임대형 '뉴스테이'가 그렇다. 시장 반응이 싸늘한 이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해법은 공공임대인 '기본주택'이다. 주택 정책 모범국인 싱가포르를 배우고 싶다며 주한 대사를 만났다. 싱가포르는 자가 보유율이 90%를 넘고, 주민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한다. 합리적 대안으로 국민 공감을 이끌어낸 뒤 끈질기게 추진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4년 동안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출범 초 서울 30만호와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면 스무 차례 넘는 추가대책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불안한 30·40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더미를 안고 집을 사고 나서야 운전대를 돌렸다. 임기 후반 느닷없는 공급 폭탄에 시장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폭등보다 두려운 건 폭락이다. 200만채가 지어질까 걱정들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낮은 게 위안이라고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