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서식지를 보호해달라며 소송을 낸 적이 있었다. 천성산 도롱뇽 사건이다. 정부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2001년 울산광역시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공사 전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구니 지율 스님에게 딱 걸렸다. 내원사의 천성산 지킴이였던 지율은 산을 누구 보다 잘 알았다. 실제로 천성산엔 꼬리치레도롱뇽 등 환경부 지정 법적 보호종이 30종 넘게 서식하고 있었다.
지율은 단식농성과 3천배 시위 등으로 터널공사를 가로막고 나섰다. 정부가 2003년 공사를 강행하자 곧바로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지율은 소송 당사자에 도롱뇽도 포함시켰다. 대법원은 2006년 도롱뇽은 자연물이라며 사건 당사자가 될 수 없고, 터널공사가 천성산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정부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천성산 터널은 2008년 완공 목표를 넘겨 2010년 개통됐고, 현재 공식 명칭은 '원효터널'이다. 사건 이후 환경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지율은 여전히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대형 토목사업을 반대하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분당 맹꽁이'가 제대로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주민 536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서현공공주택지구 지정 취소 소송 판결에서 주민 편에 섰다. 이번에도 환경영향평가가 문제가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제의 땅에서 '맹꽁맹꽁' 울면서 살고 있는 맹꽁이가 없다고 했고,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지구지정을 허가했다. 하지만 있는 것이 없을 리 없다. 주민들이 직접 400여마리의 맹꽁이를 찾아냈다.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다.
이번 판결로 국책·공공사업을 명분으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남발해 온 정부와 공공기관 행태에 급제동이 걸렸다. 비슷한 환경문제로 정부 주도 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들에겐 청신호다. 과천시민들은 정부청사 유휴지 개발을 반대하고, 성남시 신흥동 주민들도 복정2지구 공공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수도권 일대 3기 개발 과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어물쩍하다간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천성산 도롱뇽의 실패를 만회한 분당 맹꽁이의 반격이 예사롭지 않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