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령·대청 항로 3척 운항
작년 12월부터 전부 결항 '32일'
전년 3개월과 비교해도 2배 넘어
하모니플라워호는 정기검사중
코리아킹호 선원 자가격리 '악재'
어렵게 병원행 진료후 못 돌아가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섬 주민들의 대중교통인 연안여객선이 겨울철 기상악화로 이틀에 한번 꼴로 운항하지 않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천항과 백령·대청도를 오가는 연안여객선 3척 중 2척이 선박 정기 검사로 운항을 중단했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등에 대설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16일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서해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를 오가는 연안여객선들이 대거 결항했다. 눈이 쏟아지기 전인 아침 시간에 연평도를 향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선박 1척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 위치도 참조
올겨울에는 유독 서해5도 지역에 눈이 오거나 파도가 높고 안개가 심한 날이 잦아 연안여객선이 운항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기상 악화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백령·대청 항로를 운항하는 2개 선사 3개 여객선이 '전부' 결항한 날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두 달 보름 남짓한 기간에 무려 32일이나 된다.
전년도(2019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12일)와 비교해도 2배 넘는 수치다. 1개 여객선이 다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연평 항로도 올 겨울 15일간이나 발이 묶였다.
특히 16일부터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대청 항로를 운항하는 가장 큰 선박인 '하모니플라워'호(2천71t)가 선박 정기 검사로 장기 휴항에 들어갔다. 이 선박은 다음 달 말까지 운항하지 않는다.
백령·대청 항로에는 인천항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하모니플라워'호와 '코리아킹'호(534t),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옹진훼미리'호(425t) 등 총 3척이 다니고 있다.
이 가운데 옹진훼미리호도 16일부터 6일 동안 임시 휴항해 이 기간에 백령도 주민들은 코리아킹호 한 척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이 코리아킹호는 선원 5명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선사는 급한 대로 옹진훼미리호 선원을 코리아킹호에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옹진훼미리호는 22일부터 정상 운항할 예정이지만, 승객과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유일한 차도선인 하모니플라워호의 경우 대체 선박 없이 장기간 휴항하면서 주민들이 큰 고충을 겪게 됐다.
하모니플라워호는 승객 544명을 태우고, 차량 40대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섬 주민들은 크기가 작은 코리아킹호와 옹진훼미리호만 운항할 경우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하는 날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익명을 원한 백령도 한 주민은 "연안여객선이 갑자기 결항해 최근 병원 예약을 2번이나 취소하고, 지난 14일에야 겨우 섬 밖으로 나와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까지 결항이 되고 있어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참다못한 서해5도 주민들은 '서해5도 이동권리 특별 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시민단체 '백령도를 사랑하는 모임'의 심효신 대표는 "그동안 정치권과 행정기관에 수차례에 걸쳐 연안여객선 운항 안정화를 건의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을 되찾기 위해 섬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