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인근 도로 2배 정도 넓혀…
공사 차량 하중 영향 서서히 무너져
가교 밑 갯골에 20~30㎝가량 쌓여
환경단체, 부실관리·늑장대처 질타
"인천시 서식지 표지판만 세웠을뿐"
인천 영종2지구(중산지구) 갯벌은 우리나라 최대 흰발농게(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서식지다. 이 갯벌이 대형 공사 차량 통행을 위해 넓힌 해안가 인근 도로에서 흘러나온 토사(土沙)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흰발농게는 인천시가 인천을 대표하는 동·식물인 '깃대종(Flagship Species)' 후보로 올려놓은 해양생물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오전 찾아간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 2지구 일대 제방도로. 아래 갯벌 쪽으로 내려가자 모래와 흙이 해안을 따라 4~5m 폭으로 길게 뒤덮여 있었다.
모래와 흙이 쌓인 바닥을 검지 두 마디 정도 파내자 갯벌이 제모습을 드러났다. 제방도로를 지탱하던 축대가 유실되면서 수박 크기 만한 돌덩이가 떨어져 있고 주변으로 모래와 흙이 흘러내린 흔적도 눈에 띄었다.
인근 주민들은 갯벌에 접한 제방도로에서 흙이 유실돼 토사가 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제방도로를 지나는 공사 차량이 많아져 도로를 2배 정도 넓혔고, 차량들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도로가 서서히 무너져 내리면서 갯벌에 토사가 퇴적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인천시와 영종환경연합은 영종 2지구 갯벌의 흰발농게 서식 현황을 조사해 9만5천209㎡ 면적에 270만마리가 사는 것을 확인했다. 갯벌 등 습지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인천시가 환경단체와 함께 이 일대를 모니터링한 것이다.
흰발농게는 갯벌 상층부에 주로 서식한다. 이 때문에 육지와 가까운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다. 제방도로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흰발농게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일대 제방도로와 맞닿은 갯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종2지구내 한상드림아일랜드 건설공사 차량 출입을 위해 설치된 가교 밑 갯골에도 토사가 뒤덮여 있었다. 어림잡아 20~30㎝가량의 토사가 잔뜩 쌓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환경단체의 민원을 받고서야 현장 상황을 인지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한 관계자는 "2018년 장마 기간 제방 붕괴를 막기 위해 쌓아 놓았던 포대에 담긴 흙이 유실돼 이곳까지 흘러 내려와 쌓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제방도로를 관리하는 인천 중구는 갯벌에 토사가 유입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곤 올해 안에 예산을 마련해 도로를 보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유수면 관리 책임이 있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한상드림아일랜드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갯골에 퇴적된 토사를 제거하겠다고 했다.
환경단체 측은 인천시와 중구,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부실한 관리와 늑장 대처를 질타하고 있다. 영종환경연합 홍소산 대표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제방도로에서 흰발농게가 이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인천시는 이곳이 흰발농게 서식지라는 표지판만 세워놨을 뿐, 흰발농게 서식지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영종2지구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해당 구역을 관리해 달라는 의견이 많아 관련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