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최신식 도입은 형편 안돼
6개월만에 개발 성공 시제품 선봬
美 전문업체 내용증명으로 '곤경'
DCRE 대표 나서 법률전문가 지원
인천 남동구에 있는 한 동네 약국에서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다량의 알약을 세는 제품(알약 계수기)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화제다.
한국형 알약 계수기 상용화를 꿈꾸고 있는 이 약국은 안타깝게도 최근 미국의 한 유수 기업과 특허 관련 분쟁으로 곤경에 처했다. 우연한 계기로 약국의 딱한 사정을 접한 인천의 한 대기업 전문 경영인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덜컥 겁이 났을 약국 측에 든든한 멘토가 생긴 셈이다.
흔히 약사들은 약국이 보유한 수많은 조제전문의약품 중에서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들에게 약을 개별 포장해 주거나 커다란 벌크 약통에 담긴 알약을 새로운 통에 덜어 소분해 제공한다.
작은 알약을 트레이에 올려놓고 눈으로 일일이 세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작업의 피로도가 높다. 간혹 실수로 숫자를 잘못 세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작은 규모의 약국에선 고가의 최신식 해외 알약 계수기를 도입할 형편이 못 된다.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인천 남동구 '만수윤약국'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형 알약 계수기 엔진 개발에 나서 6개월여 만에 성공적으로 시제품을 내놓았다. 현재 특허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의 한 알약 계수기 전문 업체는 지난해 12월께 변호사를 통해 자사 제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만수윤약국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만수윤약국의 약국장 윤진아 약사 측 제품 기획자는 "기존에 출시된 해외 제품이 지닌 특장점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한국의 메인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스위스·아르메니아 개발자들이 협력해 신속 정확한 계수가 가능한 '비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알약 계수기 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만수윤약국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주)DCRE의 배정권 대표가 약국 관계자를 불러 면담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법률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한국의 젊고 유능한 스타트업 인재들이 해외 기업과의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으로 덜컥 겁을 먹고 꿈을 펴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배 기업인으로서 작은 힘이라도 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DCRE는 대기업인 OCI의 자회사다.
배 대표는 18일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법률 전문가인 지인에게 부탁해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준 것일 뿐"이라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