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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행성이나 위성으로 이주하는 인류는 SF영화의 단골 소재다. 인류가 더 이상 살기 힘든 황폐해진 지구가 서사의 시작이다. 하지만 SF적 발상으로도 인류 전체를 지구에서 탈출시킬 방법을 찾긴 힘든 모양이다. 2016년 개봉한 '패신저스'에서 우주선 아발론은 식민행성 홈스테드2로 향한다. 냉동수면 상태로 120년을 여행 중인 탑승객은 단 5천명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인 '승리호'엔 우주개발기업 UTS가 위성궤도에 건설한 인공도시가 등장한다. 여기에 거주할 수 있는 지구인은 5% 정도다.

최근 인류의 화성 탐사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미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인내)가 지난 19일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임무수행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와 중국도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과 '톈원(天問)-1호'를 연달아 화성궤도에 안착시켰다. 탐사의 목적은 인간의 화성 거주 가능성이다. 인류가 인내와 희망으로 우주(하늘)에 그 가능성을 물어보는 화성탐사 경쟁을 벌이는 스토리는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구가 거주 불가능한 죽은 별이 되고 화성 이주가 현실이 된다면, 인류는 전대미문의 불평등에 직면할 것이다. 77억명 중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일테니 말이다. 누가 남고 누가 우주선에 오를지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90분 우주체험에 수억원, 3일 우주정거장 체류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민간 우주여행 상품 예약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을 보내겠다고 호언한다. 회의적이지만 실제가 된다 해도 인류의 0.00013%에 불과하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퍼서비어런스 화성 착륙을 겨냥해 '1%'라는 제목의 화성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화성이 인류의 미래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반전이 있다. 그래봐야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인류는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는 실제의 숫자가 아니라 '극소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전체 인류를 위해 기후위기를 막는데 돈을 쓰자는 메시지다.

전 세계 지도자를 향해 기후 위기 해소를 위해 "당장 행동하라"고 일갈했던 소녀 툰베리가 올해 18세 성인이 됐다고 한다. 퍼서비어런스의 화성 탐사 보다, 툰베리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가는 건, 화성 이주 대상이 될 자신이 없어서인가.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