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학 일리야군 사연 알려져
市·성모병원, 수술비 전액 지원
기념사업회에 기부 문의 쇄도
인천에서 유학 중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후손이 수술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2월17일자 6면 보도='의료보험 혜택 못받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최재형 선생의 4대손 초이 일리야 세르계예비치(19)군의 수술비를 지원한다고 21일 밝혔다.
설 연휴 기간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한 일리야군은 신장 기능이 약화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러시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9년 인천대학교 어학원에 입학한 그는 병원비 지원 한도가 적은 '유학생 보험'에만 가입한 탓에 수술비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할아버지인 최재형(1860~1920) 선생은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에 사는 한인의 생계를 돕고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독립 운동가다.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인천시는 지난 17일 일리야군을 돕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 사업 예산 중 600만원을 치료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예우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인천시가 부담하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술비를 책임진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18~19일 일리야군을 진료한 뒤 더욱 정밀한 방식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술비가 애초 예상했던 1천만원에서 2배가량 늘었지만,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기꺼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일리야군은 다음 달 4일 수술을 받고 8~9일 중 퇴원하기로 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이 기간 일리야군에게 VVIP 병실과 원활한 치료·회복을 위한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 국제진료센터에서 경인일보 보도를 접하고 곧장 일리야군을 돕기 위해 인천시와 여러 기관에 연락했다"며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최재형 선생의 후손을 돕는 일인 만큼 의료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일리야군을 돕고 있는 (사)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에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시민들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일리야군은 (사)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를 통해 "진료비와 수술비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컸는데 인천시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도움을 줘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