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열악한 지방 의료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여론 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봤다. 의사들은 오히려 의료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며 개악(改惡)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의사들이 2차례 집단휴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와중에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비난 여론이 번졌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한다'는 거다. 반면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을 자극하는 민감한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파업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는 팬데믹이 안정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겠다며 의협과 협약을 맺었다. 의사들의 집단 강경투쟁에 굴복한 셈이다.
의협이 다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법 개정에 반발하면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의사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의협은 형사법으로 처벌받은 범죄행위로 면허까지 빼앗기는 것은 이중처벌이라고 비판한다. 개정안을 '면허강탈 법안'이라 규정하면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도 범죄 구분 없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며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단 휴진하면 법에 따라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의협은 사사건건 맞선다. 2018년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서막이다.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로 재점화된 갈등 양상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의협은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 총파업하겠다고 공언했고, 정부는 엄벌하겠다고 경고한다.
코로나로 민생이 허덕이는데 선전포고를 한 정부와 의협을 두고 답답하고 한심하다는 반응들이다. 상위 1%라는 기득권층이 왜 파업을 하는지, 정부·여당은 이 시점에 개정안 처리를 강행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다. 정부와 의협의 궁합이 별로라는 건 알겠는데, 서로 다투면 불편하고 힘든 건 국민들이다. 다들 짜증을 넘어 화가 난다고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