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보는 모습이지만, 올해 6살 된 아이는 이를 보고 부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거야?"
난처해진 부모는 생각 끝에 "서로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이가 대뜸 "몹쓸 병에 걸렸네. 쯧쯧쯧"하고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전날 읽은 책에서 닭장 속 닭들이 새로 들어온 검은색 닭을 자신들과 색이 다르다고 따돌리고, 혹여 검은색 닭에게서 몹쓸 병이 옮지는 않을지 배척하는 모습을 떠올린 듯하다. 아이에게는 남을 미워하고, 힐난하는 모습 자체가 '몹쓸 병'으로 인식된 셈이다.
아이는 이어 "병에 걸렸으면 주사 맞아야지. 근데 주사가 아프니까, 또 서로 먼저 맞으라고 싸우면 어쩌지"라고 말을 맺었다.
짧은 순간 가볍게 웃고 넘겼던 이 말이 금세 현실이 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우리 사회는 26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 첫 백신은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다.
야권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먼저 맞아 보시라'고 압박했다. 이에 맞선 여권은 비열한 정치공세라며 백신 공포감 조장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결국 기다리던 백신 접종을 놓고도 정치권은 어김없이 정쟁이다. 국론보다는 당론이 정치권을 장악한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들 모두 국민의 안전을 염려해 '갑론을박' 하는 것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
다만 부모로서는 이 모습을 다시 아이가 보면 또 어떤 말을 꺼낼지 참 난감하다. 정치권의 '몹쓸 병' 때문에 당분간은 TV 뉴스를 보지 않아야겠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