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룡 선생의 '서애집' 권15의 몽조(夢兆)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몽조란 꿈의 조짐이다.
'꿈속에서 미래의 일을 얻는 것은 어떤 도리인지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 허령하여 일의 조짐을 먼저 본다. 나는 살면서 꿈꾼 것이 많이 들어맞았다. 몸소 겪은 것들은 태반이 꿈속에서 보았던 것들이었다.
신묘년(1591년)에 꿈 하나를 꾸었다. 경복궁 연추문(경복궁 서문)이 불타 잿더미가 되는 꿈을 꿨다. 문 아래에서 배회하던 나에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궁궐은 처음 자리를 정할 때 지나치게 아래로 내려갔으나, 지금 만약 고쳐 짓는다면 마땅히 약간 높이 산 쪽에 가깝게 자리를 정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는 놀라서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이듬해 임진 4월 임금의 수레가 궁을 떠났고 궁궐이 불에 타고 왜적이 팔도에 가득해 모두들 나라의 회복이 가망 없다고 의심하였다. 내가 처음으로 꿈 이야기를 하며 "그때 꿈속에서 이미 경복궁을 고쳐 지을 일을 의논하였으니 이는 곧 나라가 회복될 징조이니 왜적은 두려울 바가 못 된다"라고 했고 결국 왜적은 패했고 임금의 수레가 도성으로 돌아왔다. 이상의 기록에 의하면 이 꿈은 두 가지를 예시한다. 하나는 경복궁이 소멸되는 재난을 겪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다시 건립할 기회를 가지므로 나라가 멸망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꿈에서 예지가 가능한 것은 사람의 허령한 마음 때문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