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보유땐 사용료 최대 50만원"
입주자대표 방침에 온라인서 '설전'
"무조건 안된다는 건 거주권 침해"
"요즘은 두고 출퇴근" 불편 호소
'도보 10분' 복지센터 이용 대안도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새 아파트가 이른바 '주차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단지 내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입주민 사이에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급기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극약 처방'을 내놓게 된다. 차량 3대를 보유한 가구에는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의 주차장 사용료를 내도록 하거나, 1가구당 차량 3대 이상은 아예 주차를 금지하는 방안을 세웠다.
이를 놓고 아파트 입주자 전용 온라인 카페에서는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최근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시한 찬·반 투표에는 입주한 총 2천115가구 중 1천908가구(투표율 90%)가 참여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투표 결과는 차량 3대 이상 주차 등록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1천621표, 85%)이었다.
차량이 많은 가구에 주차료를 높게 부과하는 사례는 많지만 이렇게 차량 3대 이상의 주차 등록을 아예 막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3대의 차량을 소유한 이 아파트 40대 입주민 A씨는 "각기 다른 입주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는 "삼대가 모여 사는 주민도 있고, 장사 등 생계를 위해 차량을 3대 이상 가진 이들도 있다"며 "주차 차량 대수에 따라 비용을 차등 부담하는 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나,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건 사실상 입주자 거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 차량 대수를 제한하는 데 동의한 다수 주민들도 할 얘기가 많다. 주차장 이용의 '형평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입주민 B씨는 "저녁 퇴근 후 주차할 곳이 없어서 애먹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요즘은 일부러 차를 두고 회사에 출퇴근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차량 대수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가구별 지정 주차 제도를 만드는 등 더욱 촘촘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이후부터 주민들 간 주차 문제를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총 2천230가구가 입주하는데 주차 면수는 2천884대로 1가구당 1.29대만 주차할 수 있게 설계됐다. 2대 이상 차량을 보유한 가구가 늘면서 주차난은 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차 면적을 보면 한 가구당 1대만 주차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 간 갈등이 있던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주민의 입장을 수렴해 차량 3대 이상은 주차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차량 3대 이상 소유한 입주민들에게 근처 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해당 주민들은 "동 행정복지센터는 단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먼 거리에 떨어져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