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음주운전사망사고피의자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차량 운전자(왼쪽)와 동승자. /연합뉴스

사회적 해악 공감대… '엄벌' 강조
B씨 "피해자·가족들에 진심 사죄"
징역 10년 구형 운전자 "깊이 반성"
'교사·방조 등 처벌' 法 판단 관심

"한 가정의 가장을 떠나보내 그 누구보다 마음 아플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엄벌이 불가피합니다."(인천지방검찰청 수사 검사)

밤늦게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이번 사건은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가 일명 '윤창호법'으로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로 향후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25일 오전 10시40분께 인천지방법원 320호 법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가 사건번호와 함께 피고인 2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관련 결심 공판이 시작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4·여)씨는 연두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법정으로 들어왔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된 동승자 B(47)씨는 방청석에 있다가 피고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검찰 측이 적막을 깨고 구형 의견을 밝히자 법정에는 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음주운전이 사회적 해악이라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공감대가 형성돼있고, 그 결과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법률이 개정됐다"면서 "처벌 강화로 위험성을 강조했음에도 가정을 생각하며 생업을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한 가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숨졌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피고인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검찰의 구형 의견을 듣고 있었다. 검찰은 운전자 A씨에게 징역 10년, 동승자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 구형 후 운전자 A씨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최후 진술을 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A씨는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잘못을 느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 유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술에 취해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동승자 B씨는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법정이 아니라 직접 찾아뵙고 사죄를 드리고 싶고 꼭 합의하고 싶다"고 떨리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후 진술을 끝으로 10여분간의 결심 공판이 끝나자 B씨는 서둘러 법정을 나섰다. 법정에서 나서며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B씨는 주차장에 있는 하얀색 승용차를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번 사건은 동승자도 음주운전 사고의 공범으로 판단해 윤창호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동승자 B씨의 죄명 중 위험운전치사죄는 유지하면서 음주운전 교사죄에 음주운전 방조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음주운전 교사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방조죄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취지다.

인천의 한 변호사는 "B씨에 대한 검찰 구형은 음주운전 사고에 있어 동승자의 교사·방조 등의 행위도 엄벌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며 "이번 사건이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남는 만큼 법원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는 A씨가 지난해 9월9일 0시55분께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치킨 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 C(54)씨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