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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용인 동백 세브란스병원이 개원했다. 7만4천484㎡ 부지에 지하 4, 지상 13층, 연면적 11만1천633㎡ 규모다. 800병상 계획을 줄여 462병상으로 문을 연 뒤 점차 늘리기로 했다. 의료진과 인력을 2천100명까지 확충해 33개 진료과를 39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학병원이 운영되면서 지역에 활기가 돈다고 한다. 의료서비스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이다. 인구 100만명을 넘는 특례 용인시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개원까지 여정은 험난했다. 연세대 의료원과 용인시가 의료사업 협약을 맺은 시점이 2005년이니, 15년이 지나서야 종착역에 닿은 셈이다. 2012년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했다, 갑자기 중단돼 3년을 허송했다. 의료원 측은 처인구 소재 용인 세브란스병원 부지 개발과 첨단산업단지 개발 등을 시에 요구했다. 시가 이런 요구를 다 들어주고 행정 편의까지 봐주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사학 명문대가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돌았다.

인천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 공사가 지난 23일 첫 삽을 떴다. 지하 3층~지상 14층, 800병상 규모로 2026년 말 개원이 목표라고 한다. 연세대는 2006년 인천시와 '2010년 3월까지 1천 병상 병원과 교육 연구시설을 짓는'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병원은 짓지 않고 국제캠퍼스만 조성했다.

협약 15년이 지나서야 기공식을 했다. 동백보다도 4~5년 늦은 진도다. 실제 공사는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도 끝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지체된 탓에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삽질부터 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있다.

동백과 송도 세브란스는 지자체와 대학이 의기투합한 결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갑을 관계가 됐다. 싼값에 부지를 제공받은 대학은 급할 게 없고, 초조한 건 지자체들이다. 특혜 의혹과 먹튀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거진다. 종국에는 지자체가 '병상은 줄여도 좋으니 병원만은 지어야 한다'고 통사정을 한다. 2010년 문을 열겠다던 송도 세브란스는 2024년으로, 다시 2026년으로 늦춰졌다. 대학 측은 헐값에 수익용지를 챙겼다. 그런데도 주도권은 대학이 쥐고, 지자체는 '무한 돌봄'을 외친다. 대학이 한 수 위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