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반세기 달하는 예술 활동
풍만한 여체 표현… 모성·포용성 강조
최근 '웃는 곰' 소재 삶의 즐거움 선사
조각가 '고정수 초대전'이 경기도 양평 카포레에서 2일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열린다. 인천에서 태어나 성장한 작가 고정수의 반세기 가까운 조각 인생을 정리하는 초대전이다. 카포레의 6개 모든 전시관과 야외 전시장을 사용하는 대규모 전시다. 작가가 직접 엄선한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품 150점을 감상할 기회다.
인천에서 1947년 출생한 고 작가는 신흥초·인천남중·인천남고 등을 거쳐 1966년 홍익대 조소과에 입학, 1970년 졸업했다.
고 작가는 풍만한 모습의 여체 조각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다. 모성(母性)을 강조한 작품이 많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공고 진학을 고민했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그가 모성을 강조한 작품에 몰입했던 이유는 모든 것을 참고 작가를 뒷받침해준 어머님을 보며 성장한 이유가 컸다. 작품 속 여성성은 어머니로부터의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여성, 즉 어머니는 언제나 드넓은 대지와 같은 인내심과 무한한 포용성을 가진 너그러운 존재로 표현된다.
2013년 이후로는 곰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곰은 우리나라 역사 단군신화에서 쑥과 마늘만을 먹고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 속에서 견딘 인내심을 가진 동물로 묘사된다. 그의 작품 속 여성과 곰은 그런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곰의 웃는 모습을 통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숱한 갈등과 번민을 겪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재료의 변화도 살펴볼 수 있다. 초기 작품은 전통적인 돌과 청동(브론즈)이 많았지만 그의 최근작에는 스테인리스, 점토, 한지, 세라믹, 알루미늄, 풍선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으로 작품의 영역을 넓히는 경우도 나타난다. 시사성이 있는 주제에도 접근하고 있다. 대형 공기조형물 '잊혀져 가는 유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고 작가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대학 졸업 이후의 조각인생 50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며 "150점의 작품을 고르며 감회가 새로웠다. 많은 분이 전시에 다녀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호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1992년 작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는 미술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