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치면 엄청난 손실 초래
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
그나마 있는것도 팔고 있어
후유증 겪기전에 적극 투자해야

올해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새로운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슈퍼 사이클은 상품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말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앞으로 10년간 철광석, 구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에도 나타났다.
최근 강력한 경기부양에 나선 중국은 원자재 확보를 위해 세계 광물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자원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월15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채굴부터 수출까지 모든 단계를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가이다.
미국에서 쓰는 희토류의 80%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경제팀에 희토류,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해외 의존도 점검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특정 원자재가 특정 국가에 의해 독과점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역 대상 변경과 자원개발을 통해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니켈 가격이 지난달 24일 기준 t당 1만8천879달러를 기록했다. 니켈이 1만8천 달러를 돌파하기는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크게 하락했던 지난해 3월의 1만1천55달러 대비 63.3% 급등했다. 또 실물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더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t당 4천617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최근 반등해 8천 달러를 넘어섰다. 철광석 가격의 경우 지난달 26일 중국 수입 기준으로 t당 166.88달러에 거래돼 두 달여 전보다 26.8%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회복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글로벌 공장 셧다운(일시 가동중단)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이로 인해 공급과 수요 모두 위축되며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태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오른 것이 원가 상승의 배경이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공급 물량이 코로나19 회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0일 원자재 수급 관련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가격 동향과 대응 방향을 점검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다.
박근혜 정부 이후 지난해 말까지 자원공기업의 자원개발 투자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에 빌려주는 융자금을 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1천890억원이 지원되었는데, 그 후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994억원으로 2.5배가량 축소됐다.
자원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때를 놓치면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 그래서 자원개발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오고 있는데 우리는 그나마 있는 것도 팔고 있다. 그 후유증은 반드시 올 것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