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보다 '260시간' 많아
현명한 사회는 일하는 시간 줄여
복지비 지출은 줄이고 생산성과
행복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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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유를 이렇게 대치해보면 어떨까. 한 사회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이 있다. 그런데 8명만 취업자이고 하루에 10시간 일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이뤄진다. 취업자 8명에게서 세금 1씩 걷어 일이 없는 빈곤한 2명에게 4씩 생계 보조금을 준다. 그런데 한 노인이 다르게 바꾸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취업자 8명이 10시간씩 일하던 것을 8시간 일하는 것으로 줄이고, 나머지 2명도 8시간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10명 모두 8시간 일하게 되어 사회 전체적으로는 동일하게 80시간의 생산활동이 일어나 경제 규모는 변동이 없다.
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8로 줄지만 일이 없던 2명의 복지비로 나가던 세금 1이 줄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만 감소한다. 일이 없던 사람도 복지비로 4를 받던 것에서 일해서 8을 받을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전의 취업자는 소득이 10에서 9로 줄었지만, 노동시간이 2시간 줄어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된다. 소득 1을 줄여 2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는 2배가 된다. 2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자녀와 함께 놀거나 공부를 가르치면 가족도 화목해지고 자녀들도 행복해할 것이다. 학원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일이 없던 2명이 일을 하면 그 가족과 자녀들도 행복해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행복은 증가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총 노동시간은 80시간으로 같지만, 취업자가 2명이 증가하여 그만큼 사람들의 교류에서 생겨날 새로운 아이디어도 2개 더 늘어나고, 8명의 경쟁에서 10명의 경쟁이 되어 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취업자도 과로하지 않고 일과 생활, 휴식의 밸런스를 유지하여 실수와 사고가 줄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전 취업자는 줄어든 1의 소득을 만회하기 위해서 더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생산성은 증가하게 된다.
이것이 노동시간이 적은 선진국이 계속해서 잘 사는 비결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취업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천993시간으로 OECD 평균대비 260시간 많다. 미국 1천780시간, 일본 1천680시간, 독일 1천390시간이다. 선진국 대비 노동시간이 긴 만큼 노동생산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 OECD 주요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US달러, 2018년 기준)은 한국 39.6, 일본 45.9, OECD 평균 53.4, 독일 66.4, 미국 70.8달러이다. 노동시간이 적어지면서 노동시간당 일의 강도, 집중도가 증가하여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일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노동시간이 줄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여전히 이런 생각이 든다면 앞의 조삼모사, 8명 10시간 노동과 10명 8시간 노동의 의미를 다시 보기 바란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노동시간 총량은 같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취업자 1인당 노동시간이 긴 것이 문제다.
기본소득 대 신복지체제를 둘러싼 논쟁에 더하여 복지비가 늘면 세금이 는다고 반대한다. 현명한 사회는 일하는 시간 줄이기로 복지비 지출은 줄이고 생산성과 행복을 늘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