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지원·공공물자 비축 목적
흰색 방역복 입고 품질검사 '꼼꼼'
연간 250만~300만장 마스크 생산
인천시·남동·서구도 자체생산 채비
한국형 코로나19 방역 모델을 의미하는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진단키트, 마스크, 방진복, 치료제, 백신 주사기 등 각종 방역 물품도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각지로 '날개 돋친 듯' 수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코로나19 시대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마스크'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경험했던 이 기초단체는 생산한 마스크를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비상시국을 대비한 공공 물자로 비축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달 26일 오전에 찾아간 인천 연수구 연수동 '이스코 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
분진과 미세먼지 등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된 '에어샤워 부스'를 통과하자 약 100㎡ 크기의 작은 '마스크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 제조 기계가 '윙'하는 소리와 함께 쉴새 없이 마스크를 찍어내고 있었다.
흰색 방역복을 입은 직원들은 마스크 제조 기계에서 나오는 마스크의 필터와 끈 부분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품질을 검사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마스크를 포장해 '연수 케어'라는 이름이 적힌 상자에 담기 바빴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마스크는 연수구가 취약계층에 안정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고자 지역의 '사회적경제조직'에 위탁해 생산하는 일명 '공공 마스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아 KF94 보건용 공공 마스크를 자체 생산하는 건 연수구가 처음이다. 연수구는 지난해 인천시의 특별교부금과 지역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술지원을 받아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마스크 공장에는 장애인 2명과 고령자 3명, 한부모가정 1명 등 모두 6명이 고용돼 일하고 있다. 공공을 위한 마스크 공장이 지역 취약계층 일자리도 제공한 셈이다. 이곳에 고용된 이들은 연간 250만~3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하게 된다.
인천에서는 연수구를 시작으로 인천시, 남동구, 서구 등도 앞다퉈 공공 마스크 자체 생산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인천시는 부평구에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협성원'에 마스크 제조 설비를 구축했다. 시는 이달 초 식약처로부터 보건용 마스크 생산을 위한 인허가를 받으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남동구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열린일터'에 마스크 생산시설을 갖추고, 식약처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서구는 올 10월 마스크 생산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수구 공공 마스크 공장을 운영하는 이스코 사회적협동조합의 송철권 실장은 "지난해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면 관련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자체에서 마스크를 생산해 일정 물량을 보관하면 비상시국이 벌어졌을 때 취약계층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