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팬들에게는 더욱 특별
추신수 품은 인천 '신세계' 펼치고
수원 'kt'는 강팀 반열에 오를 기회
연고팀 간 '수인선더비' 발전했으면

작년의 야구는 아쉬움이 많았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렸다. 올스타전이 취소되었다. 포스트 시즌도 서울의 돔구장에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全) 경기를 소화한 것은 대단한 성과다. 미국과 일본은 게임 수를 축소했다. 야구는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 매 시즌 조건이 동일해야 한다. 시즌별로 경기 수가 달라지면 기록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야구팬들에게 2021년은 특별하다. 우선 '인천 SK'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인천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지난해 성적이 부진했던 SK는 일찌감치 사장과 감독을 교체하고 2021년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야구단의 주인이 아예 바뀐 것이다. 이어서 지난달 23일에는 추신수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대표하는 투수가 박찬호라면 타자는 추신수다. 그는 연봉과 성적이 메이저리그 상위권인 현역 선수다.
부산 출신의 추신수 선수가 왜 인천 연고팀에서 활동할까.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동시장이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독점 성격이 강한 독특한 비즈니스다. 각 팀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팀 간의 전력이 불균형하면 팬들은 흥미를 잃는다. 전체 리그의 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야구단의 사업권 보호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된다. 드래프트 제도(신인선수 선발 시에 성적의 역순으로 구단이 선수를 지명), 보류선수 조항(구단의 동의 없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移籍)이 불가능한 선수)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특별 드래프트가 이루어졌다. 이들이 국내로 돌아올 경우, 선수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속 구단을 정해 놓았다. 광주 출신의 김병현 선수가 서울 연고의 히어로즈에 입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때 추신수 선수는 SK의 지명을 받았다. 그 권리를 신세계가 승계했다.
추신수 선수의 활약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는 인천의 팬들은 행복하다. 작년에 김광현 선수를 내준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팀 전력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신세계의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 출발하는 신세계가 인천의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고 할 수 있다.
수원의 kt도 금년이 중요하다. 연속해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강팀의 반열에 오른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고 팬층도 확대된다. 반면에 성적이 부진하다면 한 시즌 '반짝'한 팀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kt는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배출했다. 이 둘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로하스 주니어는 일본 한신(阪神)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신인선수는 2년 차에 부진하다는 징크스도 있다. 새로 보강된 전력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생팀의 티를 벗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선수들의 경험과 자신감은 큰 자산이 되었다. kt야구단의 역량과 리더십을 진정으로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현재 kt는 울산에서 동계훈련 중이다. 신세계는 제주도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를 통해 겨울동안 준비한 것을 최종 점검하고, 4월3일 개막전에 맞춰 팬들에게 최선의 기량을 선보인다.
2021년. 인천과 수원 야구팬의 기대는 높다. 더 나아가 수원과 인천 연고팀의 대결이 수인선(水仁線) 더비로 발전하면 좋겠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의 매치, 서울의 LG와 두산의 라이벌전처럼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간다면 팬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 선수들의 노력은 물론 미디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kt와 신세계의 첫 대결은 4월27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지겨운 역병(疫病)이 빨리 물러가고 추신수 선수를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으면 야구팬들은 더 행복할 것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