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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복연 병무청 차장
최근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스포츠 선수가 매년 병무청에서 공개하는 병역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사건은 그동안 해당 선수가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병역이행에 대한 의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인 터라 그 실망감은 더욱 컸던 것 같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지정학적으로는 주변 강대국의 팽팽한 긴장상태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병역이행이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헌법상의 신성한 의무이다. 따라서 그 의무를 부과할 때에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이를 훼손하는 '병역 면탈'을 방지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결국 병역의무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사회적 요구'이기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라면 더더욱 모범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병무청에서는 병역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국외에 체재하고 있는 병역대상자의 정확한 관리를 위해 '국외여행허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기여행, 유학, 연수 등 다양한 목적으로 국외를 왕래하거나 체재하는 병역대상자들의 민원편익을 도모하는 한편, 제도를 악용해 해외도피성 병역 면탈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국외 병역자원 관리에 힘써 왔다.

'귀국보증인제도 폐지'와 '24세 이하 국외여행허가 폐지', 올해 초부터 시행하는 병역미필자 단수여권 폐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병역의무자 여권제도 개선'은 국민편익을 위해 혁신적으로 개선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최근 국외불법 체재로 논란이 된 유명 축구선수의 경우와 같이 국외여행허가 제도를 위반해 병역을 면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사람은 종전 3년 이하의 징역에서 기피 의도가 있을 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해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또한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여권을 무효화해 국가 간 이동을 제한하고, 병역기피자로 병무청 누리집에 기피 사유 및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공개한다. 입국 후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취업 및 관허업의 특허 및 인가·허가·면허·등록 등에 제한이 있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곤란하다. 그 밖에 각 나라의 국적제도를 악용한 병역 면탈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과거 인기 연예인으로서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모 연예인의 국적변경을 통한 병역기피 사례는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청년들은 물론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국적을 변경한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국적회복을 불허하고,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 및 입국금지, 그리고 공무원 임용을 제한하는 등 이른바 '공정병역 5법(국적법, 재외동포법, 출입국관리법, 국가·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상정되어 국회 논의 중이다.

이번 법안은 사전에 관련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병역을 이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조항을 두는 등 미비점을 최대한 보완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국외 불법 체재자를 비롯해 국적변경으로 병역을 면탈하려는 사람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더욱 강력한 제재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수백만 재외동포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예외 없는 병역이행을 위한 균형 있는 병역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어렵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분명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해외도피성 병역 면탈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병역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크게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조복연 병무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