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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한 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검찰 인사로 모욕을 주고, 측근들을 좌천하고, 결국 징계위원회를 열어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반격했고, 법원은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윤 총장의 직을 유지시켰다. 이로써 '윤석열 시즌1'은 윤 총장의 완승으로 끝났고, 이 과정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윤석열 시즌2'가 시작됐다. 이번엔 여당 내 검찰폐지론자들이 윤석열을 소환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법안 발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엔 부패, 선거, 경제 등 6대 범죄수사권만 남았다. 이마저 박탈하겠다는 얘기다. 소위 '검수완박'이고, 사실상 검찰청 폐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전언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속도 조절'을 요구했는데 아랑곳하지 않아 레임덕 논란이 일었다.

윤 총장의 반격은 신속하고 전면적이다. 자신에 대한 징계는 법원의 판단에 맡겼는데, 검수완박 정국에 여론전을 불사하고 나섰다.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검수완박을 정면으로 반대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고 헌법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어제 대구고검 앞에선 '검수완박'을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규정했다.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며 국민에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라"고 부탁했다.

'윤석열 시즌1'이 막을 내린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30.4%까지 치솟았다(리얼미터). 하지만 드라마 종영으로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시청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그 자리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차지했다. 학습효과일까, 여권 인사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독설을 날리지만, 때리면 때릴수록 커졌던 '시즌1'의 악몽이 재현될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법치(法治)로 포장된 검치(檢治)를 주장하면 검찰은 멸종된 검치(劍齒)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윤 총장을 비난했다. 하지만 '검수완박' 주문으로 멸종된 검치 호랑이의 유전자를 깨워 정치판 한가운데 세운 건 여당이다. '윤석열 시즌2'의 전개가 궁금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