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위주 의료체계 '부담 가중'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재난 발생시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 안되면
국민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2002년 사스(SARS)와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그리고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등을 겪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과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0년 대한민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인식 및 경험조사'(6월 6일~11일)에서는 의료서비스가 공적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이 코로나19 발생 전 22.2%에서 발생 후 67.4%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공공의료서비스 확충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역 간 의료 불균형해소'를 꼽았고, 그 해결방안으로 '지역 공공의료기관 확충·강화', '의대정원 확대',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 등을 제시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기관은 221개 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 4천34곳의 5.5%에 불과하다. 공공병상 수는 6만1천779병상으로 전체의 9.6%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6년 기준 5.8%로, OECD 평균인 65.5%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한 국가의 공공병상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일본 27.2%, 독일 40.7%, 프랑스 61.5%로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300병상 미만 병원 위주의 불균형적인 의료공급으로 인해 의료의 질에 있어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편차는 과잉 진료를 유발하기도 한다.
외국과 달리 300병상 미만 병원이 많은 이유는 개인 자본으로 의원을 운영해 자본을 축적하고 이 가운데 극소수만이 중소병원, 대형병원으로 성장해 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 민간 위주의 의료공급체계 및 의료의 공공성 취약 등으로 국민의료비는 급증해 국민의 부담은 가중되고, 국가재정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메르스 및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으로 인한 국가 재난 발생 시, 공공병원이 부족해 공공의료 중심 전달체계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국민건강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건강보험 등 공공재원 비중은 지속 증가하고 있으나 공공병상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료 확충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인구구조 등 미래 환경변화 대응과 민간 주도의 의료공급체계 개선 관점에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민간 주도의 의료 서비스 공급구조는 지역별 의료 격차와 전달체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유행, 국가적 재난·재해·응급상황에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공공기관 확충 필요성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과 지자체의 공공의료에 대한 욕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공병원이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및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의료비 관리 차원에서라도 공공의료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준비를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 세계가 인정한 K-방역처럼 정책적 결단과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김한나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