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상의 이보영 회장
이보영 평택상공회의소 회장
어느덧 3월에 접어들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주머니에 시린 손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의복에 주머니가 없던 옛날에는 긴 소매에 손을 넣어서 추위를 달랬다고 한다. 이로부터 나온 말이 '수수방관(袖手傍觀)'이다. 큰일이 발생하였으나 해결하려 하지는 않고 소매에 손을 넣은 채 바라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몇 년 간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을 두고 국방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태도를 보면 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그동안 평택지역에서 활동하면서 평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기도민으로서 내가 오래전부터 주목하던 사안이 있는데, 바로 경기남부권 국제공항 유치의 필요성이다.

국방부는 2017년 수원화성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옹지구를 선정하였고, 수원시는 군 공항 이전과 민간국제공항 건설을 통합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경인일보에서 화성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제공항 공동유치 시 찬성 48.2%, 반대 41.2%로 화성시민들 또한 통합국제공항 건설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국토교통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 문제는 진척되지 못하고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중심부인 경기남부(수원, 화성, 용인, 평택, 이천 등)는 인구 750만명의 대도시권으로, 글로벌 기업들에 의한 세계적 규모의 IT·반도체 단지에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항공물류가 대거 포진해 있다.

산업단지와 공항이 밀접하게 위치한다면 우리나라 IT·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요즘처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항공사들도 흑자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국제공항 건설 및 운영은 5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와 한국형 뉴딜정책에 기여함은 물론, 공항물류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더군다나 종전부지와 예비이전 후보지 주변 지역에 각종 주민편의시설과 복합문화단지 등이 조성되어 경기남부권 전체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전망된다.

또한 국제공항 유치로 인해 경기남부 도시들이 우리나라 대표적 관광·휴양지로 발돋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크다.

지금 경기남부 각 지자체에서 송산국제테마파크, 현덕지구와 같은 다양한 쇼핑시설·관광단지 조성을 계획 중에 있다. 이러한 테마파크 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접근성 좋은 교통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제공항 건설은 관광산업 개발과 맞물려 경기남부권을 글로벌 휴양도시로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현재 경기남부 대부분 지역은 고속철이 없어 인천공항까지 1시간 30분가량(혼잡시간 대에는 3시간 이상) 소요되는데, 경기남부에 국제공항이 건설된다면 출장이나 여행을 위해 공항까지 가야 하는 시간도 훨씬 단축된다. 따라서 도민의 공항이용 편익과 접근성의 증대로 미래의 항공교통 대중화 시대에 앞장설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전라·경상·충청·강원·제주 등 전국 권역별로 공항이 있음에도 경기남부 지역은 공항이 전무한 실정이다.

2040년이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이용객 포화상태가 된다고 한다. 이를 대비하여 경기남부 국제공항은 최적의 수도권 대안공항이 되리라 믿는다.

'손(手)'과 관련하여 널리 쓰이는 또 다른 말 중 '신의 한 수'라는 관용구가 있다. 어떤 일을 해결하는 데 탁월하고 기묘한 수단을 뜻하며 뉴스·방송 등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재앙을 맞이한 지금, 리더와 중재자의 '신의 한 수'가 절실하다.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주체의 수수방관은 비효율적인 지역대립과 소모적인 논쟁만 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동반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나와 경기남부권 기업인 대표 및 상공회의소장 10여 명은 뜻을 함께 한다. 국토부가 경기남부 민간국제공항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상생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중앙정부의 '수수방관'이 아닌 '신의 한 수' 절묘한 정책을 요구한다.

/이보영 평택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