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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대체 친환경제품 '인기'
쓰레기 줄인 사례 공유 캠페인도
소비자 의식 바뀌자 기업들 응답
개개인 달라지면 큰 변화 만들어
당신의 작은 실천 미리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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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문화평론가
외부 미팅이 두 건 있는 쌀쌀한 겨울날이었다. 후배와 함께 첫 미팅 사무실에 도착하자 상대방이 차를 권한다. 종이컵과 함께 내민 티백을 살펴보던 후배가 텀블러를 꺼내며 "저는 여기에 마시겠다"며 양해를 구한다. 후배가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텀블러를 갖고 다니며 쓴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어쩌면 어색할 수 있는 외부 미팅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상대방도 "요즘 이런 분들 많은데, 역시 젊은 세대답게 멋있다"며 화답한다. 자신도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고 고백하면서…. 다음 미팅 장소인 커피전문점에서는 텀블러 할인을 받았다. 그 미팅에서 만난 분도 텀블러를 챙겨다니는 후배를 칭찬하며 "자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웃었고, 미팅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 늘 그렇게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지 묻자 후배는 개인적으로 외출할 때도 갖고 다닌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점심 먹으러 갈 때 주머니 같은 걸 챙겨나가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몇 번 갖고 다니다 선반에 고이 모셔져 있는 내 텀블러처럼, 바쁜 일상에서 환경적 실천을 의식하거나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몸은 편한 걸 찾게 마련이고, 편하게 쓰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나마 장바구니를 챙겨서 갖고 다니는 것이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소소한 실천이다. 쓰지 않을 때는 착착 접어 주머니나 가방 한구석에 넣어두고, 쓸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내 쓰는데 꽤 유용하고 편하다. 그에 비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잔뜩 나오는 배달 음식을 줄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냉장고 속 남은 재료 활용하기, 손수건 이용하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하지 않기 등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0'을 위해 실천해야 할 '5R'로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고(Refuse), 쓰는 양은 줄이며(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사고(Reuse),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재활용으로 분류하며(Recycle), 나머지 썩는 제품은 매립한다(Rot)를 꼽는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체 1위로 꼽히는 코카콜라는 최근 페트병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종이병을 개발했다. 한해 300만t의 플라스틱을 배출해 '세계 최대 오염원'이라고 불리고 있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 회사들도 유리병과 비닐 라벨지를 줄이기 위해 종이병을 개발 중이며,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 패키지 화장품을 출시한 회사도 등장했다. 매번 플라스틱 용기를 교체해야 하는 액체 대신 고체로 만들어져 쓰레기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샴푸바'와 '설거지바'도 인기다. 다양한 리필 상품과 무포장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등과 같은 가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SNS에서는 밀레니얼(MZ)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인 자신만의 사례를 공유하는 캠페인 '제로웨이스트 챌린지'가 한창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는 환경 캠페인으로 용기를 내서 시장이나 음식점에 직접 용기를 들고 가 플라스틱 포장이나 비닐 없이 용기에 물건을 담아오는 '#용기내 챌린지'도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소비자가 다회용기를 직접 들고 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일회용품 낭비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위생적이다.

이런 캠페인과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에 빠르게 응답 중인 한국 기업들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밀봉된 캔을 덮은 뚜껑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라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CJ는 스팸의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고, 매일유업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빨대 반납 운동'에 화답해 우유팩에서 빨대를 제거한 제품을 내놓았다. 애초에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도록 기업의 변화를 요구한 소비자에게 기업이 적극적으로 응답한 셈이다.

한 사람이라도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 한 사람을 보고 또 한 사람이 바뀌는 것, 작은 것일지라도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가 모여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터다. 이 글을 읽고 시작할지도 모를 당신의 작은 실천을 미리 응원한다.

/정지은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