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등교일수 '0'… 원격수업만
등교 해야하는 날 체험학습 대체
방문 못하고 통화 "정황 없었다"
"온라인 참여로 방문 강제 못해"
"의도적 회피… 적극 조치 필요"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집에서 온몸에 상처와 멍이 든 채 숨진 사건(3월4일자 6면 보도=[영종 '부모 학대 8세 아동 사망']이마·허벅지 '멍' 턱에 상처…"사흘 내내 여자아이 비명 들렸다")과 관련해 교육 당국의 '무단결석 아동 안전 관리망'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들은 등교와 온라인 원격 수업을 병행해 왔다. 학부모들은 감염 우려를 이유로 등교 대신 가정학습 등으로 출석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등교하지 않는 아동들이 늘면서 교육 당국의 현행 결석 아동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배포한 '미인정결석(무단결석) 학생 관리 매뉴얼'을 확인한 결과, 학생이 3일 이상 결석할 경우 학교 교직원이 가정에 방문해야 한다. 아동의 소재나 안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거나 아동학대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돼 있다.
숨진 A(8)양은 지난해 단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에도 등교하지 않았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동한 경찰은 A양 부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양은 그동안 학교 원격 수업에는 계속 참여했다. 등교 수업을 하는 날에는 A양 부모가 가정 학습이나 체험 학습을 하겠다며 학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출석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A양은 교육부의 미인정결석 학생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양처럼 장기간 등교하지 않은 아동 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긴 셈이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가 몸의 상처 등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들을 세밀하게 관찰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A양이 지난해 장기간 등교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학교 측은 가정 방문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부모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거절했다. 지난해 11월 말에야 교사가 A양과 간신히 통화할 수 있었다. 학교 측은 당시 학대 정황은 없었다고 했다.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대부분 피해 아동이 학대 행위를 부인하거나 오히려 가족과 더 친밀하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학교가 부모가 제공하는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해 학생을 관리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의 경위를 파악 중인 인천시교육청 측은 "A양이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온라인 수업에는 성실히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측이 강제로 가정 방문을 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 상태가 확인되면 부모의 학대가 드러났을 것"이라며 "(부모가) 학교 측 방문을 의도적으로 피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에 있던 제도와 지침만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발굴하는 게 어렵다"며 "학교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의 역할을 확대해 학대 의심 사례가 있을 땐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바로 도움을 청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교육청 이상훈 대변인은 4일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검토해 교육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김주엽·박현주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