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 부부

"사망 당일 때리지 않았다" 부인
국과수 '사인미상' 정밀검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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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서 부모 학대에 의해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A양의 자택 인근에 '나의 작은 관심으로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집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2021.3.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경찰이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8살 딸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한 20대 부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숨진 아이의 시신에선 멍과 상처 등이 다수 발견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지난 2일 인천 중구 운남동 자택에서 딸 A(8)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B(27)씨와 그의 아내 C(28)씨에 대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숨진 A양의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는 '사인 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그러면서 "시신 여러 부위에 손상이 있다"며 "뇌 손상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고,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검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또 A양의 위에 음식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B씨 부부는 앞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급대원들에게 "딸아이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식사한 것은 전날(1일) 점심이었다"며 "편식이 심해 식사를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고 진술(3월4일자 6면 보도=[영종 '부모 학대 8세 아동 사망']이마·허벅지 '멍' 턱에 상처…"사흘 내내 여자아이 비명 들렸다")한 바 있다.

B씨 부부는 학대 사실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해 훈육 목적으로 플라스틱 옷걸이로 체벌하거나 밥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서도 "사망 당일에는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C씨는 "학대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숨진 아이와 한 살 위인 오빠는 2016년 2월부터 2년 가까이 경기도 수원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들 남매의 입소 사유 중에는 '친부의 학대와 친모의 방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매의 엄마 C씨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퇴소하겠다는 의사를 시설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청 여성청소년수사대 정현옥 대장은 "B씨는 체벌 과정에서 플라스틱 옷걸이를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숨진 아이의 멍 자국 등을 볼 때 다른 범행 도구나 손으로 폭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관련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박현주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