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도 안된 '서울대병원案' 고수
전례 없어 "사실상 불가능" 지적
질병청 추가 모집 계획 발표에도
주요 병원들과 긴밀한 협의 안해
발표 전날 민관협의체 가동 '뒷북'
인천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감염병전문병원 유치 실패를 두고 인천 지역 의료계에서 인천시의 유치 대응 전략 부재와 정책의 안일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영종도 서울대병원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유치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지난해 1년을 모두 허비했고, 올해 1월 정부의 감염병전문병원 공모 계획이 발표된 뒤에도 공모에 참여할 민간병원을 찾는 데 애를 먹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6일 감염병전문병원 추가 건립을 위한 '권역선정위원회'를 개최해 경북권역을 감염병전문병원 입지로 선정했다.
질병청은 수도권, 제주권, 경북권 등을 대상으로 감염병전문병원 추가 입지를 검토해왔으며, 17개 시·도 감염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권역선정위원회에서 경북권을 대상 지역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1월 인천에서 국내 코로나19 '1호 환자'가 발생한 뒤 인천시는 영종도 감염병전문병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비 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박남춘 시장까지 나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는 등 병원 유치에 총력을 쏟았다. 영종도에 서울대병원을 유치한 후 여기에 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확정도 안 된 신규 종합병원 계획부지에 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기로 결정한 전례는 없다. 기존에 있는 종합병원이 보유한 전문 의료인력과 시설, 장비 등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탓에 대부분 대학병원 내에 감염병전문병원이 들어섰다.
현재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조선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양산 부산대병원 등도 모두 대학병원이다. 서울대병원 유치가 확정되더라도 신규 병원이 건립되는 데 보통 6~10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인천시가 추진한 감염병전문병원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했다는 게 인천 지역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질병청은 지난 1월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감염병전문병원 추가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 있는 종합병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공모 계획이었지만 인천시는 공모 계획 발표 이후에도 인천 지역 주요 민간병원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모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야 인천시가 부랴부랴 인천 지역 주요 민간병원에 참여 의향 정도만 타진했다"며 "이전까지는 이런 준비조차 안 돼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천시는 질병청의 감염병전문병원 권역 선정 발표일(2월26일)을 하루 앞둔 25일에서야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권역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가동했다고 홍보하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유치와 감염병전문병원은 별개로 갔어야 했다"며 "문제는 다음 공모에서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시와 경기도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