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 검사 골절·탈골 없어 다행
진통제 주사에 이틀간 입원실 치료
야외 계류장에 나간 날 '비상' 기쁨
천연기념물 '귀한 몸' 피도 약간 뽑아
8일만에 '선황댕이산' 보금자리로
'쾅!' 자동차와 부딪히는 그 순간, 저는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오른쪽 날개가 너무 아파서 전혀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대로 영영 집에도 못 가고 도로 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지금이요? 저는 이제 다 나아서 인천 계양구에 있는 선황댕이산을 훨훨 날고 있어요.
제 소개부터 할게요. 얼마 전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무사히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칡부엉이'라고 해요. 사람들은 저를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된 새라고 부르나 봐요.
지난달 23일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둑어둑해지던 저녁에 집을 나섰는데 그만 사고를 당했어요. 인천 서구의 한 도로를 가로질러 날다가 달려오던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했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차디찬 도로에 쓰러져 있던 상태였죠. 꿈쩍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집에 가고 싶어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가 '119'라고 쓰여진 차에서 사람들이 내리더니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덜컥 겁이 났어요. 그 사람들은 가져온 상자에 저를 담고는 차를 몰아 어디론가 향해 갔어요.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한 곳은 인천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라는 곳이었어요. 저처럼 다친 야생동물을 치료해주는 곳이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센터에 처음 온 칡부엉이라며 반겨줬어요. X-RAY 검사라는 것도 해봤는데 다행히 골절이나 탈골은 아니었대요.
센터에선 진통제 주사를 놔주고, 오른쪽 날개를 붕대로 고정한 채 이틀 동안 입원실에서 치료를 해주었어요.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저는 하루하루 빠르게 건강을 되찾아갔어요. 야외 계류장에 나간 날에는 다시 날 수도 있었지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어요.
사람들은 저를 집으로 돌려보낼 준비를 해줬어요. 처음에는 발목에 금속으로 된 가락지를 하나 끼워줬어요. 혹시라도 나중에 구조되면 과거에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인식표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피도 조금 뽑았어요. 저 같은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은 유전자원 수집과 보존 연구를 위해 피도 뽑는대요.
센터에서 8일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어요. 드디어 지난 3일 잠시나마 정들었던 사람들의 품을 떠나 계양구 선황댕이산에서 다시 힘차게 날갯짓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꿈만 같았어요.
지금도 농약 중독으로 쓰러진 채 발견된 독수리, 굶주림을 겪다 탈진된 상태에서 구조된 너구리 등 10여 마리의 야생동물 친구들이 센터에서 치료와 재활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길 고대하고 있어요.
도로에 쓰러져 있던 저를 구조해주고 다친 날개를 치료해주신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릴게요. 앞으로도 다친 우리 야생동물 친구들을 잘 부탁할게요.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