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3800㎞ 귀향길 성공한 거북
언젠간 제주 모래톱 찾아 산란 기대
온 바다에서 멸종 않고 살아갔으면
인간은 우주에서 그리워하기 보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것 궁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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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푸른바다거북은 해양 생물 중에서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동물의 하나로 꼽힌다.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푸른바다거북은 큰 것은 등딱지의 길이가 150㎝, 몸무게가 20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대형에 속하는 종이며, 자연상태에서 수명이 80년을 넘을 정도로 장수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등딱지가 아름다운 초록빛이라 푸른바다거북으로 불리는 이들은 본래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태평양 등 전 세계의 바다에 고루 분포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에서도 자주 발견될 정도로 흔했다.

우리나라 인근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은 일본 오키나와 해안에서 알을 낳고 일부는 한반도 남쪽 해안이나 동해안 쪽으로 올라와 서식하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부터 2009년까지 겨우 26마리가 발견되었을 뿐이며 최근에는 지난 2019년에 죽은 개체가 포항에서 발견된 이래 더 이상 살아있는 개체가 확인된 적이 없다. 이들은 한때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지만 지금은 개체수가 급감하여 대부분 국가에서 보호조치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푸른바다거북의 개체수가 급감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광범위한 해양오염이라고 한다. 실제로 폐그물에 걸려 익사하거나 비닐을 해파리로 착각해 흡입했다가 숨이 막혀 죽은 바다거북이 여러 차례 발견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서식처를 보호하고 해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바다거북은 적어도 1억5천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의 바다 곳곳을 누비며 살아왔다고 하니 6천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종했던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았고, 기껏해야 몇 백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지구 생물의 주인공 역할을 해왔다고 하겠다. 그런 바다거북이 지금 인간의 무책임함 때문에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푸른바다거북을 비롯하여 바다거북 7종 중 6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인공 부화한 푸른바다거북 여덟 마리를 제주 바다에 풀어주었더니 그중 한 마리가 석 달 동안 무려 3천800㎞를 헤엄쳐 어미 거북의 고향인 베트남 해안까지 갔다고 한다. 가히 푸른바다거북의 오디세이라고 할 만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의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항해 중에 세찬 바람이나 거센 파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귀향을 방해하는 온갖 괴물들과 사투를 벌이는가 하면 사이렌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기도 하고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부하들과 오디세우스 자신이 돼지로 변하기까지 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오디세우스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가 고향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뒤였으니 청년 오디세우스는 중년이 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푸른바다거북의 귀향길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석 달 동안 3천800㎞를 갔다면 하루에 40㎞ 이상을 헤엄쳐야 했을 테니 잠시의 쉴 틈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GPS도 없이 그 먼 거리를 헤엄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자신의 고향에 정확하게 도착한 것을 보면 참으로 놀랍고 갸륵하다. 도대체 그 푸른바다거북은 왜 자신이 가본 적도 없는 어미 거북의 고향을 찾아갔을까?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아마 인간이 고향을 찾아가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연구진은 제주 바다에 방류한 거북이들이 언젠가 다시 제주 모래톱을 찾아와 산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의 모래톱이 푸른바다거북의 고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일 테다. 나는 꼭 제주의 모래톱이 아니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제주든 베트남이든 애초에 푸른바다거북의 서식지는 지구의 온 바다였으니 모든 푸른바다거북이 지구라는 고향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푸른바다거북의 고향 지구는 인류의 고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P.S. 달나라며 화성에 인류의 새로운 거처를 시도해보겠단다. 우주로 나간 인간은 고향에서 헤엄치는 푸른바다거북을 내내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느니 푸른바다거북과 이 고향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것을 궁리할 일이다.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