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태어나기 전의 것을 미생이라고 한다. 미생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상태다. 이것은 예측할 수 없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존재한다. 모래알처럼 작은 꽃씨가 그 형태와 빛깔을 숨기고 있는 것 같이. 이 꽃씨는 수명을 다한 꽃으로부터 오는 것이니. '꽃의 미라'라고 할 수 있다. 꽃의 미라에 생명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미라의 눈꺼풀에 내려앉는 휘파람 같은' 봄 햇살과 바람이 잠든 그를 깨울 수 있을 것. 그전까지 '꽃 그림자는 붉지도 노랗지도 않아서' 그렇게 '색을 버린 살로 검은 숨을 쉬고 검은 시간'을 흐르고 있을 뿐이다. '꽃이 벗어 놓은 꽃'이며 '잠자는 꽃'으로 '어두운 태중의 아이'가 꽃의 미라다. 그러므로 손으로 만져도 그 꽃이 만져지지 않는 그런 꽃은 멀다. 마치 이름도 표정도 없이 시들어 '머나먼 당신'이 되어 버린 '미라의 사랑'처럼. 그러나 머나먼 당신은 당신이 오기 전 본래 자리로 돌아간 것으로 색색의 씨앗을 품은 '꽃의 본적'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