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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 나무는 낙엽활엽수 교목으로 20m까지 자라고 둘레가 3~5m를 넘기도 한다. 한국·중국·일본 등에 분포하며 버드나무 중에 가장 크고 웅장하다. 다른 나무들과 함부로 섞여 살지 않으며, 개울가, 호숫가 등 물이 많은 습지를 좋아한다. 버들의 왕 다운 품격과 위엄을 갖췄다.

어린 가지는 황록색이나, 나이가 들면 회갈색으로 깊게 갈라진다. 가지가 굵고 넓게 벌어지며, 비스듬히 누워 조경수로 쓰인다. 마을 숲과 궁궐, 경주 계림 같은 명소에 군락지가 있다. 수백 년을 사는 장수 수종으로, 특히 물속에서도 거뜬하게 살 수 있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빼어난 자태를 뽐낸 청송 주산지 물속 나무가 바로 왕버들이다. 수백 년 풍상을 이겨낸 질긴 생명력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이 많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하는 직원이 광명·시흥지구 밭을 사들여 갈아엎었다. 그 자리에 희귀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을 심었다. ㎡당 25주의 나무가 180∼190㎝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 나무는 3.3㎡(구 1평)당 1주가 적정 수준이라고 한다. 사정에 밝은 직원이 보상을 더 받으려 했다는 추측이다.

뒤엎어진 땅은 번지수도 달라졌다. 광명·시흥에 땅을 산 LH 직원들은 토지를 1천㎡ 크기로 나눴다. 대토보상권을 노린 이른바 '쪼개기 수법'이다. 공공사업지구에서 1천㎡ 이상의 토지를 사업시행자에게 양도하면 통상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를 일반 수요자에 앞서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보상전문가들은 희귀목 식재와 지분 분할을 두고 '나무 보상과 알박기 신공'이라 감탄한다. 왕버들은 성장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 나무줄기가 굵을수록 보상비는 오르고, 이식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토지 분할로 대토보상까지 챙긴다. 고수의 냄새가 나는 '타짜의 솜씨'라는 평이다.

대통령이 나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엄벌은 물론 부당이익을 모조리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를 송두리째 흔들 대형 사고다. 서울·부산 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여의도 거사들이 혼쭐을 내주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그런데도 다들 시큰둥하다. LH 사장을 지낸 국토부 장관은 '택지지구 지정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고 했다. 국민 얼굴에 찬물을 끼얹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