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학중 신장기능 약화 입원
지역사회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
인천성모병원, 퇴원후에도 지원
9월 인천대 입학 "한국어 정진"
"독립운동을 하신 최재형 할아버지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저도 할아버지를 본받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인천에서 유학 중인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후손이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했다.
최재형 선생의 4대손인 초이 일리야 세르계예비치(19)군은 지난 설 연휴 기간 통증을 느껴 병원에 입원했다가 신장 기능이 약화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목돈이 드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경인일보(2월17일자 6면 보도='의료보험 혜택 못받는' 독립운동가 후손)를 통해 전해진 뒤 인천시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일리야군을 돕고 있는 (사)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에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8일 오후 1시께 인천 부평구에 있는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일리야군은 "이 모든 게 할아버지 덕분"이라며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 4일 인천성모병원에서 신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수술(신우성형술)을 받고 퇴원을 앞둘 만큼 건강해졌다. 인천시와 인천성모병원은 수술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일리야군은 어린 시절에 친할머니와 작은할아버지 고(故) 초이 발렌틴(당시 83세)으로부터 고조할아버지인 최재형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고 한다.
그는 "13살 무렵에 할아버지의 업적을 듣고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2018년 독립운동가 기념사업을 위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이듬해에 좋은 기회로 인천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리야군은 러시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용규 인천대학교 이사장의 도움으로 2019년 9월께 인천대 어학원에 입학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어느덧 유학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그는 한국 음식에 대해 "매운 것만 빼면 만족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한국인 친구들과 강원도 홍천과 속초를 다녀왔다"며 캠핑을 즐겼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리야군은 또 "하루도 빠짐없이 자전거를 탄다"면서 "자전거를 타고 문학경기장과 예술회관역, 청라 등 인천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라고 했다.
인천성모병원 측은 일리야군이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홍승모 몬시뇰 인천성모병원 병원장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일리야군의 수술을 지원하는 건 의료기관으로서, 그리고 우리 후손들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 판단했다"며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성심성의를 다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리야군은 오는 9월 인천대에 신입생으로 정식 입학할 예정이다. 그는 "입학하기 전에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에 매진할 것"이라며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독립유공자를 기리는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해 할아버지의 업적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