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육부·뼛속 깊이 묻혀 있어
쉽게 모습 드러내지 않기도
기혈 작용따라 색깔 달리하고
정신 안정적인지 아닌지 가늠
얼굴에 생겨나는 기색은 현실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있다 하여, 해로운 기색이 바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현실이 순탄하다 하여 맑고 평화로운 기색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의 얼굴에 밝고 선명한 기색이 유지될 수 있으며, 별 탈 없이 잘 나가는 사람의 면상에 어둡고 탁한 기색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색이 현실에만 국한하여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병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에게도 황명하고 밝은 기색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며, 건강한 사람에게도 먹구름 같은 흑기가 얼굴부위에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색은 기혈작용에 의해 피부 겉으로 바로 생겨나는 경우도 있고, 오장육부나 뼛속에 깊이 묻혀있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기혈작용에 따라 기색도 색깔을 달리하는 것이고, 색깔이 생겨난 것을 보고 기혈작용이 어떤지를 알 수 있게 되고, 정신이 안정적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색은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유형으로든 반드시 그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색을 볼 때는 현실적인 문제에만 국한하지 말고 가깝고 또는 먼 미래의 일까지 반영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금전 문제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을 때, 이마에 황명하고 밝은 기색이 돋아나면 부모나 윗사람의 도움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와잠 부위에 밝고 선명한 기색이 돋아나면 자식의 도움 또는 선업(善業)의 보답으로 음덕문(陰德門)이 열려 하늘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지런히 힘써 일하는 사람에게 현실의 어려움이 가시지 않아도, 눈동자의 빛이 선명하고 밝게 빛나며 음덕문이 열리는 것을 보게 되면,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겨나는 것이고, 지금 당장 탈 없이 잘나가는 사람도 어둡고 탁한 기색이 돋아나면 머지않아 운이 쇠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신이 온전하고 생활이 올바르면, 급작스럽게 어려운 환경을 만나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기혈의 작용은 이내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니, 기색 역시 이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안면의 청기(靑氣)는 놀랄 일을 겪게 되고, 적기(赤氣)는 관재구설, 소송, 손재 등의 일을 겪게 되며, 얼굴에 흑기(黑氣)가 생겨나면 손재, 부도, 파산, 건강 등에 장애를 만나고, 백기(白氣)는 생명과 연관되는 일에 직면하게 되며, 황기(黃氣)는 그 색이 어둡고 쭈글쭈글하고 피부가 거칠면 근심스런 일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일에도 장애가 생기는 것은 먹구름 같은 궂은 기와 불그레한 좀살이 돋아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이며, 우환과 고통 속에서도 길이 열리는 것은 황명하고 밝고 맑은 기색이 돋아남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사업이 잘되고 금전운이 좋은 사람이 코 부위에 먹구름 같은 기색이 서서히 밀려 들어오고, 눈빛이 흐릿해지고, 이마에 흑기가 돋아남을 보게 되면, 머지않아 길운이 악운으로 바뀌어 큰 재앙을 만나게 되니, 기혈작용에 따라 생겨나는 갖가지 유형의 기색은 가깝든 멀든 미래의 일에도 응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심상(心相)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니, 인자하고 배려 깊은 마음에 담은 눈빛은 넉넉하고 포근함으로 세상에 빛을 투영하고, 늑대 같은 마음을 담은 눈빛은 포악하고 잔인함으로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니, 오악(五嶽)과 오성(五星)에 결함이 있고, 사독( 四瀆)이 맑지 않아 명운이 나쁘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눈빛이 그 모든 것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상을 볼 때는 기색을 살핌과 동시에 눈동자의 형상이 어떻게 드러나 비추어지는가를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다.
/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