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송도갯벌을 훼손하는 도로 건설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정부와 인천시에 요청하고 나섰다.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는 최근 국제 환경단체인 홍콩야생조류협회(Hong Kong Birdwatching Society)가 정세균 국무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송도갯벌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과 배곧대교 건설이 추진되면서 송도갯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를 구성해 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콩야생조류협회는 서한에서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도로계획은 생물다양성 협약과 람사르협약에 따른 국제적 약속에 맞지 않으니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도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저어새 등 여름 철새 대부분은 홍콩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홍콩야생조류협회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계획에 반대하는 이유는 송도갯벌 훼손으로 철새들이 갈 곳을 잃게 된다면 홍콩 지역 조류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2019년 11월 홍콩특별행정구와 '송도 갯벌과 홍콩 마이포 습지 간 자매 서식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홍콩야생조류협회는 서한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습지가 훼손되면 람사르습지 관리와 이용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송도갯벌은 지난 수십 년간 도시개발로 급격히 줄었고, 현재 남아있는 람사르습지는 송도에 남아 있는 유일한 갯벌"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