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실수요자로 구성된 전세시장
가격 변동폭은 매매가의 선행지표
최저 금리·낮은 주택담보인정비율
임대차 2법 여진·봄 이사철 등 겹쳐
과도기적 상승세 올해도 지속 전망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
전세가격은 매매가격에 선행하여 움직인다. 전세시장은 100% 실수요자로 구성된 특징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뛰어오를 경우 불안감을 느낀 실수요자가 매매시장으로 이탈한다. 수요자는 매매나 전·월세 외에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2000년 이후 과거 20년 동안 전국과 수도권의 시세 추이를 보면 2001년과 2014~2015년 사이에 전세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는 상승세가 나타났다. 이후 그다음 해에 매매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결과가 확인된다. 전세가격 상승에 견디다 못한 무주택 수요층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새로운 분기점(혹은 교차점)으로 작용하는 지점은 지난해다. 2020년 서울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매가격 변동폭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3년 차까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전세시장이 자극받은 이유는 사상 최저금리 환경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던 중에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전격 시행된 영향이다. 법 제도의 소급 적용으로 인해 전세 계약의 회전율이 크게 떨어졌고, 이 영향으로 전세물건이 눈에 띄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세난이 지속될 경우, 매매로 이탈하는 수요층이 증가하며 동시에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므로 전세가격 움직임은 항상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시세)은 2021년 3월 기준 6억원이다. 투기과열지구에 해당되는 서울은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주택담보인정비율이 40% 이하(단, 무주택 실수요자 10%P 우대)로 규제돼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의 전세난은 1~2기 신도시와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일대로의 수요 유입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서울 전세가격 수준이면 어렵지 않게 서울 외 지역의 주요 도심에서의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0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9천78가구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었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0년에만 14.24% 상승해 부동산114가 2002년부터 시세를 집계한 이래 2번째(2015년 15.60% 상승)로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과거보다 많았던 입주에도 불구하고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 이슈로 특정지역으로 전세수요가 쏠렸고 무엇보다 임대차2법 시행 영향으로 입주물량 영향력이 과거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눈에 보이는 입주물량 이면에는 과거보다 높아진 정비사업 비중과 거주요건 강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서울에서도 강남보금자리와 위례신도시, 마곡지구 등의 택지개발지구(도시개발지구)가 입주하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입주물량 비중이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의 입주물량은 정비사업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정비사업의 경우 기존 조합원이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일반 가구에 돌아가는 물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실거주 요건(양도세 면제를 위한 2년 거주, 주택담보대출 시 직접 거주 등)이 강화되며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더 적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되며 전·월세 가격을 추가로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에서 정비사업 공급 비중이 커진 가운데 2분기부터 아파트 입주 총량도 줄어든다. 2021년 1분기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1만1천140가구가 입주하지만 ▲2분기(5천659가구) ▲3분기(7천938가구) ▲4분기(4천919가구) 등 눈에 띄게 물량이 준다. 입주물량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전세가격은 당분간 구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단위로 이어지는 전세계약 주기성을 고려할 때 올해 3월부터 진행될 봄 이사철에 2020년 급등했던 전세가격이 반영되며 재계약이든(5% 상한제 적용) 신규 계약이든(2020년 10% 이상 뛴 가격 감안) 높아진 가격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1년이 지나가는 올해까지는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의 과도기적 상승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