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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메꿔 일군 인천 송도신도시는 토목공학의 걸작이다. 서쪽과 남쪽에 일부 뻘밭이 남았는데, 람사르 습지로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서식하는 생태학적 중요 지역으로 꼽힌다. 인공도시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지는 송도는 공존과 공생의 체험 학습장이다.

최근 송도 갯벌을 두고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홍콩야생조류협회(Hong Kong Birdwatching Society)가 정세균 총리와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갯벌 훼손을 우려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다. 갯벌을 훼손하는 도로 건설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다. 협회는 서한에서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도로계획은 생물다양성 협약과 람사르협약에 따른 국제적 약속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갯벌이 훼손될 거란 우려는 수도권 제2 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19.4㎞) 구간과 배곧대교 건설이 추진되면서다.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은 송도습지보호지역·람사르습지보전대책위를 구성해 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고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기대와 습지 생태를 파괴한다는 비판이 맞선다.

철새인 저어새는 여름철 송도에 머물다 겨울이면 홍콩 마이포 습지로 날아가 월동한다. 송도 갯벌이 훼손되면 저어새 개체 수가 줄어들고, 마이포 습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홍콩 환경단체가 우리 정부와 인천시에 서한을 보낸 배경이다. 인천시는 2019년 홍콩특별행정구와 '송도 갯벌과 홍콩 마이포 습지 간 자매 서식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천시는 2009년 송도 6·8공구와 11공구 일대 갯벌 6.11㎢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2014년엔 람사르 협회로부터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정부가 람사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해 지정받은 뒤 수년 만에 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게 된 셈이다. 환경단체가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다.

교통난 해소를 위해 도로와 교량은 확충돼야 한다. 교통 편의와 함께 경제 효과도 상당하다. 하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개발과 환경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어새를 보호하면서 길도 뚫고 다리도 놓을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정부와 인천시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