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후 대선에 모든 관심 집중될것
누구는 배제, 누군가를 동원한다면
집권해도 사회 균열·갈등 심화시켜
'국민참여 정치공동체' 외면한다면
또다시 광적인 '빠정치'만 낳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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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시대가 왔다. 4월7일 보궐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대통령선거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오래전부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정치인들과 더불어 검찰총장 출신의 새로운 후보가 거론되고 있고, 이제까지와 다르게 다크호스의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그들과 사회세력, 정당과 지지자들이 어울려 향후 1년간은 모든 관심과 언론기사가 대통령선거에 집중될 것이다. 이미 후보들은 선거공약에 가까운 주장이나 정책들을 내걸고 있다. 한 후보는 기본소득을, 다른 후보는 안심소득을, 또다른 후보는 공정과 정의를 내걸고 있다. 다 듣기에 좋은 말이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내걸 만한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하다.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새로운 대통령은 시대정신과 부합하거나 국가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노련한 한 정치인은 천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짧은 정치적 연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오르거나, 대통령직의 수행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를 말할 것이다.

먼저 한국의 대통령들이 시대정신을 스스로 잘 구현했는지를 돌이켜 보기로 하자.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이었고, 박정희는 경제산업화와 민족통일, 전두환은 정의사회구현, 복지사회건설, 선진조국창조, 노태우는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 김영삼은 민주주의와 군정종식, 김대중은 평화적 정권교체, 노무현은 특권과 기득권 타파, 이명박은 경제살리기, 박근혜는 경제민주화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사회만들기를 시대정신으로 보았고, 좌파의 대통령들은 특정한 사회적 대상에 대한 비판 혹은 배제를 통한 새로운 사회 만들기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슬로건으로 사회적 통합의 구상을 말했던 데 반해, 좌파의 대통령들은 사회적 균열을 포착하되 통합된 사회는 제시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였다. 우파의 대통령들은 국민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였지만 이에 따르지 않는 국민들은 배제될 운명을 만들었고, 좌파의 대통령들은 처음부터 일정한 국민들을 배제함으로써 좋은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었다.

문재인이 취한 시대정신은 공정, 평등, 정의였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추구한 공정, 평등, 정의는 모두가 아닌 누군가를 배제하는 좌파 전래의 시대정신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른바 적폐청산으로 그의 임기 대부분을 보내고 말았다. 그의 공정, 평등, 정의는 자기들만의 내로남불이자 부패완판으로 기울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언론에 거론되는 차기 대통령 후보가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고 그가 시대정신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다른 좌파의 후보들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이나 안심소득은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시대정신으로 보고 있지만,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통한 소득과 자산이 많은 이들을 설득하지 않고는 또다른 균열의 정치로 나아갈 뿐이다.

요컨대 누군가를 배제하고 누군가를 동원하는 시대정신은 설사 집권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회의 균열과 갈등을 심화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이른바 차기 대선구도가 어떻게 치러질 것인가가 거론된다. 제3지대 형성이나 여야 정당들의 분열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양자구도보다는 다자구도가 더 유력하게 전망되기도 한다. 여권 지지층에서 이탈한 2030세대, 야권으로 옮겨가지 않는 중도층, 부동산 문제에 분노하는 수도권 유권자 등 사회집단들이 거론된다. 이런 구도일수록 특정 세력이나 집단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다른 세력을 위압하지 않는 유연한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시대정신을 내건다고 쉽게 마음을 내줄 수 없는 경험을 이미 치렀기 때문이다. 역사적이고 시대적인 타협으로서의 민주주의와도 정확하게 부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가 사라진 민주주의는 공화국의 자치정신과 충돌한다. 모두가 주체로서 참여할 몫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말하지만, 이로써 국민 모두를 포섭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이 참여하여 스스로의 정치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이자 권리를 말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자기들만의 집단주의적이고 광적인 '빠정치'만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말할 수 있지만, 개개의 살아있는 모든 국민이 이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