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미나리 보내요 / 저는 같이 못 보내요 / 아직 날 것이거든요 / 태양이 혼몽해요 / 홍매화, 산수유, 진달래 날것은 다 피었는데 / 엄마꽃은 없네요 / 파릇파릇 미나리 보내요 / 쌈 싸 드세요 / 초고추장에 / 나는 아직 못가요 / 아직 날 것이거든요 / 막바지 엄마꽃 피우고 있거든요 / 엄마 사랑해요 / 미나리 잘근잘근 씹고 있어요 / 엄마 대퇴부 뼈에요 / 엄마 미나리 보내요 / 평온하고 달고 많이 먹어도 해롭지 않대요
송 진(1962~)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인간도 생성 소멸하는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자연이 주는 것을 먹으며 살아가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변화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로 식물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시들어버리는 순환고리다. 또한 꽃을 먼저 피우고 잎새가 나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잎새가 나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 전성기를 맞이하는 시기가 같지 않다. 음양의 원리로 말하자면 계절의 흐름에 따라서 기운이 오르고 내리는데 그 성질과 특성에 의해 다르게 작동한다. 3~4월이 제철 채소인 미나리는 산과 들 개울가 습지나 도랑의 물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다만 봄에 개화하는 '홍매화, 산수유, 진달래'와는 달리 미나리 꽃은 7~9월에 피어난다. 봄에 한창인 '파릇파릇 한 미나리'는 꽃이 피기 전 '아직 날 것'인 상태로 식단에 오르며 기운을 북돋워 준다. '엄마꽃'이 출산한 봄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 꽃을 피울 것이다. 누군가 걸어 다닐 수 있는 '대퇴부 뼈'를 형성해주는 것처럼. 성의와 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미나리로 이 봄도 기운이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