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진압·살상 1980년 광주 판박이
당시도 지구촌 연대로 싸움 이어가
경기아트센터, 미얀마 봄 지지행사
공생공영의 인류위해 중요한 실천
민주주의를 가슴에 담고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시민이라면 미얀마의 소식을 보면서 아픈 우리의 과거를 떠올릴 것이다. 1980년 광주의 5월이, 잔인한 진압 이후 지속되는 억압의 시대를, 억압에 굴복하지 않고 터져 나오는 저항과 희생을, 그리고 마침내 1987년 6월의 봄을 생각하게 된다.
1982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필자는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몇 번을 복사한 흐린 문건으로 처음 접했다. 이후 군대를 제대하고 독일 기자가 찍은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그때의 생생한 현실을 볼 수 있었다. 고립된 광주가 세계로 알려지고, 그 영상 덕분에 많은 양심적 시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출발과 과정, 결과까지 삶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지난 14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재한 미얀마 유학생들의 공연을 보면서 참석한 많은 시민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여러 명의 경찰들에게 힘없이 폭력을 받아들이는 한 청년의 모습, 총탄을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진 시민을 안고 울고 있는 또 다른 시민의 얼굴, 진압 경찰들 앞에서 죽음조차도 초월하고 기도하는 수녀의 사진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장면들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시작되겠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공유된 가치는 연대를 촉구하고, 구체적 참여를 찾아 나서게 한다. 민주주의는 특정 국가나 특별한 시대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근대 시민혁명 이래로 인류가 이루어 낸 보편적 가치이자 공동의 자산이다. 이런 연유로 미얀마의 봄을 위해 계속되는 희생은 우리가 눈을 감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해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 외신에서 전해주는 연대의 목소리가 어떤 힘을 주었는지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사상과 종교의 차이도 너머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세계 곳곳의 양심적 시민들 덕분에 우리는 고립되지 않았고, 희망을 키워갈 수 있었다. 여러 통로를 통해 제공되던 경제적 도움 덕분에 지속적으로 '민주화를 위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만들어 갈 것이다. 미얀마의 봄을 지지하고, 연대하려는 시민들의 마음이 확산되고, 뜨거워지면 연대의 방식, 구체적 행동은 만들어질 것이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들과 경기아트센터가 주최한 지난 14일 공연은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연대와 지원을 위한 활동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방정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각 기관의 특성을 살려 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직장에서,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마음을 모으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면 된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재해를 당한 시민들을 돕는 마음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 연대에 참여하는 시민행동도, 기아 퇴치를 위한 기부도 공생 공영의 인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실천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일이 인류 평화와 공영을 위한 길이다. 다만 이 일은 절박한 현실이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지금 당장 나서야 할 일이다. 미얀마의 봄을 기다리며,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키려는 모두의 꿈이 하루빨리 실현되길 바란다.
/유문종 수원2049시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