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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근무하는 아들 접종 마쳐
16시간 경과후 38도에 몸살 기운
현기증·호흡곤란·복통은 없었다
해열제 먹고 자고나니 정상 체온
'빠른 접종' 코로나 극복 지름길

사본 -김별아사진
김별아 소설가
정확히 말하자면, 백신을 맞은 아들을 '관찰'한 후기라 할 테다. 2021년 2월26일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상급 종합병원 행정직에 근무 중인 아들은 최우선 접종 대상자인 '노인 집단시설 생활자'에 이어 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되어 지난 토요일 1차 접종을 마쳤다. 아들이 맞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로,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협약을 맺고 개발한 백신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비해 감염 예방률이 낮다고 평가되지만,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생산이 쉬워 세계적으로 선 주문량이 가장 많은 백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자체가 미증유의 역병이라, 신개발 백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 또한 어쩔 수 없다.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고 후유증에 대한 염려가 커지는 가운데 괴담에 가까운 소문이 돌기도 했다. 우선 접종 대상자인 아들의 병원에서도 몇몇은 접종을 포기했다는데, 노파심으로 한마디 했다가 '과학의 힘'을 못 믿느냐고 타박을 받았다. 각설하고, 지면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20대 아들을 돌보며 관찰한 후기를 공유하려 한다. 이미 항간에 개인적인 접종 후기들이 떠도는 상황이지만,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인 일반인 접종을 앞두고 조금이나마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접종과정은 일반 독감 백신과 차이가 없다. 아들 왈, 주사 자체는 근래 맞은 것 중에 가장 통증이 적었다고 한다. 접종 전후 열은 전혀 없었지만 타이레놀은 필수였다. 아들은 오후 4시에 접종하기 1시간 반 전에 한 알을 미리 먹고, 퇴근하여 잠자기 전 다시 한 알을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접종 16시간이 경과한 다음날 아침 8시, 체온계로 재어보니 38도였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뻐근한 몸살 기운을 호소했다.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해 피곤한 상태였지만 중등증 이상의 두드러기나 현기증, 호흡곤란, 설사와 복통 등은 없었다. 입맛이 없다고 하여 타이레놀 한 알만 다시 먹고 잠들었다.

아들이 접종하기 1주일 전, 다른 상급 종합병원에서 같은 백신을 접종한 선배가 있었다. 접종 다음날 발열한 것 말고 선배에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거의 없었다. 50대 이상 고령층보다 20~30대에서 이상반응이 크다고 하더니, 실제로 주변에서 경험된 결과도 같았다. 발열, 몸살 증상과 피로, 근육통 등 일반적인 이상반응은 공통적이었는데, 아들보다 먼저 접종한 동기들 중에는 손톱이 새파래질 정도로 오한에 시달리거나, 접종 다음 날 반차를 쓰고 퇴근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가장 이상반응이 심했던 동기는 근래 계속 야근을 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던 경우였다니, 접종 전 컨디션 조절도 중요한 것 같다.

오전 11시에 일어나 흰죽을 먹고 다시 재니 체온이 37도였다. 정상범위라 타이레놀은 먹지 않았지만 근육통과 몸살 기운이 여전해 이불을 쓰고 누웠다. 멀쩡한 젊은이가 하루종일 끙끙 앓는 걸 보니 기저질환자들이 접종 후유증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더불어, 39도 미만이면 정상 근무가 가능하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접종 다음날 휴가에 대한 필요가 절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의 선택과 판단은 자유 영역이지만, 집단 면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앞당기는 것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임은 분명하다.

일요일 하루가 거짓말처럼 지났다. 숨을 죽이고 잠자는 아들 곁을 지키는 게 전부였지만, 가능하다면 접종 후 홀로 머무르기보다는 가족이나 보호자와 함께해야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신 이상반응이란 결국 우리 몸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이기에, 병 아닌 병에는 시간이 약이다. 근육통과 두통을 번갈아 앓으며 고군분투하던 아들은 병원에서 받아온 마지막 타이레놀을 먹은 후 증세가 점차 나아졌다. 혹시나 하여 잠자기 전 비상 상비약으로 준비한 한 알을 더 먹긴 했지만 유의미한 건 아니었다. 접종 후 38시간이 지난 다음 날 아침 6시, 체온계는 정확히 36.5도를 가리켰다. 미명을 헤치고 아들은 출근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전과 다름없는, 그러나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었다.

/김별아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