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범죄예방시설' 우선 도입
市의 주민참여 조직과 연계 통한
범죄예방·재난대비 로드맵 재정비
공공질서 반하는 행위 '엄격 대응'
공항 등 특성맞게 업무구체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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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월1일. 75년 만에 자치경찰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하지만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둘러싼 마지막 진통이 있다. 일부 시·도에서는 경찰관 직장협의회가 조례안에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였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청 표준안이 아니라 시·도에서 독자적으로 자치경찰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자치경찰사무의 범위, 둘째,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지원 문제다. 표준 조례안은 자치경찰사무의 사항 및 범위는 별표로 정하도록 하고, 개정을 할 경우 시·도지사가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자치입법권을 침해하는가 여부다. 일부 시·도가 자치입법권의 침해를 들어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임의적 규정을 도입하자 갈등이 표출되었다.

학문적으로도 자치입법권의 범주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 중이다. 지방자치법 제28조의 '법령의 범위 안'에 대한 해석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수익적 행정에는 법령에 근거가 없어도 조례의 제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규제를 가하는 침익적 행정의 경우 법령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법도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도지사의 시·도 경찰청장에 대한 의무적 의견 청취 규정은 자치입법권의 문제이자 경찰청장의 의견을 그대로 조례에 반영해야 하는가의 해석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의무적 청취가 경찰청장의 원안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자치입법권의 침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시·도 경찰청장의 의견 취지와 구체적 협의 사항을 토대로 이를 합리적으로 반영한다면 자치입법권의 침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의무적 청취 규정의 대상인 자치경찰사무란 무엇인가. 관련 법령은 학교폭력 등 소년범죄, 아동학대범죄, 교통관련 범죄, 경범죄 등을 자치경찰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치경찰의 사무 가운데는 과태료가 아니라 형벌로 연계되는 것들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형벌로 연계되는 자치사무의 경우 법령의 위임이 없이는 임의로 확대하여 정할 수 없다. 시·도지사와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사무와 관련하여 조화롭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사무의 범위에 대해 민감한 것은 이른바 골치 아픈 민원사무를 자치경찰로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내재되어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되면서 입게 될지도 모를 자치경찰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도 불안요소이다. 두 기관의 상호신뢰와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지원이 자치경찰제의 초기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정착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충남에서는 자치경찰사무 중 지하철 관련 조항을 삭제하였다. 충남에는 지하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천형 자치경찰의 모델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우선 주민의 생활 안전과 교통안전을 위해 최첨단 범죄예방시설을 도시계획의 단계에서부터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인천시의 주민참여 조직과 연계를 통한 범죄예방 활동은 물론 재난에 대비한 로드맵을 시와 협력하여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 아동·청소년·노인·여성·장애인·외국인 등에 대한 폭력 예방과 보호 활동을 위해 직역, 계층, 지역별 대책을 세분하여 실시해야 한다. 공공질서에 반하는 풍속이나 사행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령을 집행해야 한다.

인천에는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다. 옹진과 강화는 도심지역과는 전혀 다른 치안 수요를 갖고 있다. 향후 공항, 항만, 산업단지, 농어촌 등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치경찰의 사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연구, 주민참여, 모니터링,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인천 자치경찰제의 미래는 인천시와 경찰청의 상호협력과 신뢰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에 달려 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욥8:7)'. 새롭게 출발하는 자치경찰제에 딱 맞는 옛사람들의 말씀이다. 그 지혜로움을 상기할 때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