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과 몰상식의 상징
남녀간 사랑도 사탕 발린 말로
잘못 모면하는 경우 있지만
진실 뒤덮으려 한다면 본말 전도

AOA가 부른 'MOYA모야' (작사·한성호 신지민, 작곡·김도훈) 노랫말에서 수석침류의 예를 탐색해보자. 가사 도입부부터 화자는 '넌 나한테 그러면 안 돼'라고 자신의 연인을 꾸짖는다. 이렇게 질타하는 이유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날 때부터 그의 연인이 고백했던 말과 상황이 지금은 전혀 다른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죽자 살자 좋다더니/이게 모야 Baby 오아유 baby 오아유/그래 카사노바가 오 그게 너야'. 그의 연인은 만남 초창기부터 그가 없는 세상은 아무런 존재 이유와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죽자 살자' 좋다고 화려한 말로 유혹하며 그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그가 생각하는 연인의 정체는 '카사노바'와 다름없다. 따라서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변한 연인을 대하는 심경은 복잡다단하다. '제발 나를 더 꽉 잡아/놓치지 마/가까이 와/난 너만 기다려 매일 밤/…/너에게 대체 난 모야'. 그의 가슴 한구석에는 아직 연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자신은 항상 연인을 보고 싶고 '매일 밤' 기다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연인을 힐난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에 이른다.
이윽고 분노의 화염에 휩싸인 화자는 이율배반적인 연인에 대한 질책의 공세를 퍼붓는다. 이제 화자에게 연인은 수석침류의 대명사로 비친다. 이를 대표하는 핵심어는 '딴소리', '헛소리', '핑계' 그리고 '발뺌' 등으로 집약된다.
첫째, '딴소리'의 경우이다. '넌 대체 모야/니 맘이 모야/이제 와서 딴 소리'. 화자의 연인은 '남자'이다. 연애 당시의 초심을 완전히 상실한 연인은 화자에게 '딴소리'만을 늘어놓는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에 없는 말만을 빙빙 돌리며 되풀이한다. 따라서 화자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남자는 다 그래/사랑은 다 그래/다 말해/빙빙 돌리지 말고'.
둘째, '헛소리'의 경우이다. '헛소리'는 '딴소리' 보다 의미의 강도가 더 강력하다. 화자는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부 준다. 연애 당시에 '남자'는 화자에게 '매일매일' 만나자며 조급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화자를 '갖고 노는 게' '남자'임을 화자가 이제야 알고 '남자'의 '헛소리'를 질책한다. '이제 와서 헛소리/내 맘도 다 주고/사랑도 줬는데/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셋째, '핑계'의 경우이다. 화자는 '남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남자'가 분주한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락이 뜸해진다. 어쩌다 연락이 닿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내세워 화자를 경원시한다. 이에 화가 난 화자는 자신을 '못 보는 이유들'에 대해 '남자'에게 '울고불고'하면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남자'의 휴대폰 답신은 여전히 '부재중'이다.
넷째, '발뺌'의 경우이다. 화자는 '남자'의 토사구팽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웃기지도 않아/어쩜 내게 이래/넌 단단히 돌았어/오오 제발 정신 차려'. 화자로 하여금 분노의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지게 하는 요인은 화자에 대한 '남자'의 구속이다. '남자'는 자신의 틀 안에 화자를 가두려고 한다. 화자가 밖으로 나갈 경우엔 그를 옥죄며 '발뺌'한다. '너가 나를 가두고/너는 발뺌해'. '남자'의 이러한 수석침류 행위는 화자의 '눈물만 핑' 돌게 하고 '가슴'을 찢게 만든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삶의 태도는 비정상과 몰상식의 상징이다. 남녀간 사랑도 사탕 발린 말로 자신의 잘못을 모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과 진실을 수석침류로 뒤덮으려 한다면 본말이 전도된다. 숲인지 늪인지 분간할 수 있는 삶의 혜안을 지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