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에서 천당에 있었다. 111일 이어진 일일브리핑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노마스크를 외친 트럼프와 대비됐다. 마스크를 벗은 청년들을 꾸짖고, 시민이 선물한 마스크 1장에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대중들은 '행동하는 대통령(CuomolsTheActingpresident)'이라는 트위터 해시태그로 그를 지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뉴욕주 요양원 사망자 축소의혹이 터진데 이어 연쇄적인 성희롱 스캔들로 지옥에 떨어졌다. 비서, 보좌관, 참모 등 여성 측근 6명이 강제 입맞춤, 성생활 질문, 강제 포옹 등 그에게 당한 성희롱을 폭로했다. 쿠오모는 부정하고 뉴욕주 검찰은 조사 중이다.
쿠오모의 사퇴가 여론의 중심에 놓였다. 여론조사(시에나대 연구소) 결과는 정치적이다. 뉴요커 50%가 당장 사임을 반대한 반면, 사임을 지지하는 여론은 35%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2는 사임을 찬성하고, 민주당 지지자 61%는 반대한 결과였다. 민주당 소속인 쿠오모를 지지하는 민주당원들의 결속은 성희롱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놀라운 건 민주당 정치인들이다. 뉴욕주의회 안드레아 스튜어트-커즌스 상원의장과 칼 헤스티 하원의장이 모두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했다. 연방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도 쿠오모의 기소를 예상하며,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원들은 쿠오모를 지지하지만, 민주당 정치인들은 쿠오모 대신 피해 여성 편에 섰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지난 17일 기자회견 이후 많은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 기자회견의 핵심 메시지는 '2차 가해를 중단'과 '살고 싶다'였다. 여론이 공감했다. '피해호소인' 공동 작명자로 지목된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의원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사퇴하고, 김태년 민주당 대표 대행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재차 사과한 배경이다.
반면 박 전 시장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2차 가해도 여전하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사과를 한 고 의원도 "왜 도망치냐"고 비난할 정도다. 김어준씨는 "(피해자의) 메시지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걸 비판한다고 2차 가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단다.
민주당이 사죄한다면 지지자들을 향해 2차 가해 중단을 요구해야 맞다. 쿠오모를 대하는 미국 민주당의 태도는 반면교사다.
/윤인수 논설실장